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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丹野의 깃털펜/풍경이 되고싶은 詩

나무는, 새는 / 김경성

by 丹野 2010. 11. 2.

                         


 

 

나무는, 새는

 

시    : 김경성

그림 : 김성로

 

차르르르 키질하듯 새떼 날려 보내는 버드나무

수십 마리 쏟아내고 난 후

바르르 몸을 떨다가

새들의 발자국 가지런히 정리하는지

한참이나 뒤척거렸다

강아지풀 옆에 앉아서 사과 한 개를 다 먹을 때까지

제 속에 품어놓은 새들을 몇 차례 더 날려 보냈다

파라라라락 새들은 날아가고

새가 앉았던 자리마다 듬성듬성 생긴 구멍

가을 볕 날쌔게 꿰차고 앉아 있어서

차마 바라볼 수 없었다

가슴을 열어놓고

품었거나, 날려 보냈거나

새들의 징검다리가 되었거나

흔들거리며 제자리에 서 있는 저, 나무의 탄력성

나뭇가지 튕겨서

새들을 쏟아낼 때마다

마른 새똥 떼어내듯 나뭇잎 흩날렸다

새들을 품을 때는

오롯이 나뭇잎으로 덮었다

나무는, 새는

한 몸이었다가

남남이었다가

새들은 허공에 길을 그리고

나무는 제 몸 그림자로 지상에 길을 그리고

 

나는 오래전 그대가 걸었던 길을 걸었다

 

 

 

 

  출처 :김성로(KIM SUNG RO) 원문보기 글쓴이 : 솔뫼 김성로

http://blog.daum.net/ksm416/6822138 

 

 

 

 

`s Butterfly -- Shardad Roha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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