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어떤 노래가 필요했을까 外 1편
김충규
(타닥타닥 타는 장작불 속에서 뼈가 튈 때
아무도 그집에 얼씬거리지 못했다)
가까운 마을에서 뼈 없는 아기가 태어날 때
사흘 숨을 못 얻고 그 아기가 죽을 때
짚으로 둘둘 말은 아기를 지게에 지고
아비가 공동묘지로 향할 때
그 걸음 하나 내디딜 때마다 지축이 흔들릴 때
골짜기에 나와 시끄럽던 죽은 자들이
일제히 쉿, 제 무덤 속으로 들어가 고요해질 때
대낮인데도 사방이 캄캄해질 때
제 뼈를 분질러 장작불 속으로 집어넣는 어미가
눈물 흘리지 않으면서도 이미 다 젖어있을 때
물의 寺院
김충규
사소한 것들이 일렁거리는 물의 寺院
지치고 병든 마음들을 풀어놓으면
생기를 얻어 지느러미를 흔들며 노는 곳,
붉던 눈동자가 맑아지는 곳,
수면 밑바닥에서 부글부글 거품으로 올라오는
고요를 낚는 기분으로 내가 물가에 앉아있고
몽유의 나날에 시달려 시간의 회초리에
퍼렇게 멍든 등짝을 내보이고 앉아있고
태양이 나온 자궁처럼 가랑이를 벌린,
거웃같이 수초들이 자라 가파른 수음을 하고
광활한 먼지의 대륙을 건너온 바람이
다 뭉개져 간신히 물 위에 엎어지는,
물의 寺院
내 마음들에는 왜 뼈가 없는가
불끈 솟구쳐 흔들리지 않게 하는 그런 뼈,
뼈 없는 물고기가 되어 내 속에서 숨 막혀 산다
흉터는 물고기의 화석이다
물의 寺院에 와서
지치고 병든 물고리를 방생하는
내 손에 거머리가 달라붙어 피를 빤다
피 몇 방울 물의 寺院에 번져
오래전 방생했던,
이제는 물의 寺院이 버거워하는 큰 물고기가 쏜살같이 달려온다
뼈가 생겨난
저 육식의 아가리가
한때 내 속에 살던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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