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지는 것은 눈부시다
신채린
구절초 하얗게 핀 묵정밭을 지난다
갈바람에 흔들리는 여린 꽃대들
풀섶으로 잔잔히 번져가는 흰 물결이
눈부시다
슬픔도 잔잔히 번져가는 것이다
나에게서 너에게로
너에게서 그에게로
그러나 기쁨도 그렇게 번져가는 것이다
사람아
네가 슬플 때 너만 슬픈 것이 아니다
네 슬픔이 물결처럼 번져 나가
우리 같이 가슴 아린 것이다
네가 기쁠 때
네 기쁨 역시 물결처럼 번져 나가
우리 같이 화들짝 꽃피는 것이다
구절초 하얗게 핀 묵정밭을 지난다
갈바람에 흔들리는 여린 꽃대들
풀섶으로 잔잔히 번져가는 흰 물결을 보라
묵정밭도 저렇듯 눈부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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