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박
고영민
바람도 없는데 시든 수숫대 허리가
소리도 없이 꺾어진다
점봉산 고갯마루 너머 하늘을 타고
황조롱이 한 마리가 높다랗게,
동그라미를 그린다
마루 끝에 잠시 허리를 내렸다
민드름히 하늘을 올려다본다
한로며 상강도 머지않았다
강기슭의 들국화 밭엔 기러기 울음이
종잇장처럼 나릴 것이다
용화사의 젊은 벙어리 스님이
햇살을 등지고 구절초를 달이는지
저녁 바람이 쓰다
이유 없이 눈물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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