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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이탈한 자가 문득/향기로 말을거는 詩

꽃눈이 번져 / 고영민

by 丹野 2009. 2. 21.

 

 

   꽃눈이 번져

 

   고영민

 

   잠이 오지 않을 때면

   누군가 이 시간, 눈 빠알갛게

   나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자꾸만 나를 흔들어 깨운다는 생각이 든다

   당신을 만나기 위해

   눈 부비고 일어나 차분히 옷 챙겨입고

   나도 잠깐, 어제의 그대에게 멀리 다니러 간다는 생각

이 든다

   다녀올 동안의 설렘으로 잠 못 이루고

   소식을 가져올 나를 위해

   돌을 괸 채

   뭉툭한 내가 나를 한없이 기다려준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 순간, 비 쏟아지는 소리

   깜박 잠이 들 떄면

   밤은 더 어둡고 깊어져

   당신이 그제야

   무른 나를 순순히 놓아줬다는 생각이 든다

   당신도 지극한 잠 속에 고여 자박자박 숨어든다는 생

   각이 든다

그대에게 다니러 간 내가

   사뭇 간소하게 한 소식을 들고 와

   눈 씻고 가만히 몸을 누이는

   이 어두워

   환한 밤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