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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이탈한 자가 문득/향기로 말을거는 詩

가문비 나무숲에 대한 기억 / 김윤배

by 丹野 2009. 2. 12.

 

 

가문비 나무숲에 대한 기억

 

김윤배

 

 

내소사로 드는 가문비나무 숲길에

너를 묻도 떠나왔으니

숲의 기억은 너를 넘어 선명하게 살아난다

그날 왜 선운사 피지 않은 동백을

가슴에 담아 줄포까지 내달았는지

몸보다 말을 아끼던 너를

호랑가시나무 날카로운 잎새로 달래며

내소사 가문비나무숲으로 들었을 것이다

줄포, 꿈길처럼 부드러운 해안선

붉은 햇살을 되쏘며 숲으로 밀려올 때

너는 왈칵 세상 쏟았다 나를 쏟았다

소멸하는 빛의 두려움 먼저 읽었던 너를

그 숲길에 묻으며 나는

소멸하는 것들의 광폭한 꿈을 꿈꾸었다

죗값이라면 평생

멀리 있는 별 하나 품고 살 것이다

가문비나무숲에 고여 있던 시간이

내 생애를 관통하는 화살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