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문비 나무숲에 대한 기억
김윤배
내소사로 드는 가문비나무 숲길에
너를 묻도 떠나왔으니
숲의 기억은 너를 넘어 선명하게 살아난다
그날 왜 선운사 피지 않은 동백을
가슴에 담아 줄포까지 내달았는지
몸보다 말을 아끼던 너를
호랑가시나무 날카로운 잎새로 달래며
내소사 가문비나무숲으로 들었을 것이다
줄포, 꿈길처럼 부드러운 해안선
붉은 햇살을 되쏘며 숲으로 밀려올 때
너는 왈칵 세상 쏟았다 나를 쏟았다
소멸하는 빛의 두려움 먼저 읽었던 너를
그 숲길에 묻으며 나는
소멸하는 것들의 광폭한 꿈을 꿈꾸었다
죗값이라면 평생
멀리 있는 별 하나 품고 살 것이다
가문비나무숲에 고여 있던 시간이
내 생애를 관통하는 화살이 된다
'이탈한 자가 문득 > 향기로 말을거는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꽃 속에 맨홀 / 박서영 (0) | 2009.02.13 |
---|---|
여행자를 위한 서시 / 류시화 (0) | 2009.02.12 |
독곳리의 겨울 / 김윤배 (0) | 2009.02.12 |
불멸 / 조용미 (0) | 2009.02.12 |
삼베옷을 입은 自畵像 / 조용미 (0) | 2009.02.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