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속에 맨홀
박서영
그대 앞을 지날 때면 왜 발이 뜨거워질까
무릎이 불타오를까
심장이 재 될까
왜 얼굴만 남아 대롱대롱 흔들릴까
허공의 序文을 읽으며
꽃 속에 들어간다
이 붉은 글은 누가 쓰고
누가 읽고 찢어버릴까
추억에 발이 빠진 날
지옥에 발이 빠진 날
사랑에 발이 빠진 날
감쪽같이 나를 삼켜버리는
불멸의 죽음
헐떡거릴 수 없는 고요한 사랑이
꽃 속에 숨어있다
깜깜하다
꽃봉오리에 꽝꽝 부딪히는 빗방울
바닥에 떨어진, 해방된 꽃잎들 밟으며
집에 간다
다시 긴 대롱 끝에 매달리기 위해
흩어진 얼굴을 수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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