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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이탈한 자가 문득/향기로 말을거는 詩

독곳리의 겨울 / 김윤배

by 丹野 2009. 2. 12.

 

 

 

독곶리의 겨울

 

김윤배

 

 

해안으로 달려나간 구릉지, 마른 갈대들이

거칠게 서로를 부른다 박새떼가 날아오르고

노동자들 숙소로 지어진 낮은 막사로

자우룩한 모래 바람이 몰려간다

갈기를 세우는 바다를 향해 질주하던

국도 29호선을 멈추어 서게 한

독곶리의 모래 바람, 땅콩밭을 덮었던 폐비닐이

모래 바람을 앓고 있다 유화단지를 건설하던

젊은 노동자들 거친 모래 바람 견디며

국도 29호선의 끝을 보았을 것이다

길이 이처럼 허망한 끝을 보일 때

내가 달려갈 길을 조용히 접고

노동자들의 더러운 막사로 들어

길 위의 모든 죄를 자백하고 싶다

나는 자동차 시동을 끄고 길의 끝에 선다

모래 바람이 나를, 나의 생각을 삼킨다

쑥부쟁이 마른 대궁, 모래 바람 속으로

이미 끝난 길을 떠난다 우우 쓸려가는

저 메마른 것들의 들리지 않는 비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