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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이탈한 자가 문득/향기로 말을거는 詩

삼베옷을 입은 自畵像 / 조용미

by 丹野 2009. 2. 12.

 

 

 

삼베옷을 입은 自畵像

 

 

조용미

 

폭우가 쏟아지는 밖을 내다보고 있는

이 방을 凌雨軒이라 부르겠다

능우헌에서 바라보는 가까이 모여 내리는

비는 다 直立이다

휘어지지 않는 저 빗줄기들은

얼마나 고단한 길을 걸어 내려온 것이냐

 

손톱이 길게 쩍 갈라졌다

그 사이로 살이 허옇게 드러났다

누런 삼베옷을 입고 있었다

치마를 펼쳐 들고 물끄러미 그걸 내려다보고 있었다

내가 입은 두꺼운 삼베로 된 긴 치마

위로 코피가 쏟아졌다

입술이 부풀어올랐다

피로는 죽음을 불러들이는 독약인 것을

꿈속에서조차 너무 늦게 알게 된 것일까

 

속이 들여다보이는 窓봉투처럼

명료한 삶이란

얇은 비닐봉지처럼 위태로운 것

명왕성처럼 고독한 것

 

직립의 짐승처럼 비가 오래도록 창밖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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