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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이탈한 자가 문득/향기로 말을거는 詩

불멸 / 조용미

by 丹野 2009. 2. 12.

 

 

 

불멸

 

조용미

 

 

사나사 3층 석탑 옆의 커다란 반송이 쩍 둘로 갈라져

제각기 이쪽과 저쪽으로 쓰러져 누웠다

반송은 제 광기를 다스리지 못했던 것

아니, 사나사 계곡을 휩쓸고 간 태풍이 제 광기를 절

마당의 소나무에게 물어보았던 모양이다

하늘을 향해 불타오르듯 치솟은 향나무와 보리수 두

그루는 간신히 바람의 물음을 피했다

때로 바람은 광기와 손잡는다 아니 바람은 늘 광기와

손잡아왔다

밭치리 성황당의 죽은 신목이 나를 따라다니는 것도

그 때문이다

번개가 꽂히듯 찌르르 솟아 있던, 하늘은 방전시킬 듯

한 검은 나뭇가지들

무서우리만치 살아 있던 오래전에 죽은 그 나무 아래

나는 한나절 하늘 멀리 기운을 뻗치는 검은 나뭇가지

들을 올려다보며 숨죽였다

나무를 통해 인간은 불멸에 이르기도 하는 것일까

저 죽은 나무는 아직 광기를 벗어나지 못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