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
조용미
사나사 3층 석탑 옆의 커다란 반송이 쩍 둘로 갈라져
제각기 이쪽과 저쪽으로 쓰러져 누웠다
반송은 제 광기를 다스리지 못했던 것
아니, 사나사 계곡을 휩쓸고 간 태풍이 제 광기를 절
마당의 소나무에게 물어보았던 모양이다
하늘을 향해 불타오르듯 치솟은 향나무와 보리수 두
그루는 간신히 바람의 물음을 피했다
때로 바람은 광기와 손잡는다 아니 바람은 늘 광기와
손잡아왔다
밭치리 성황당의 죽은 신목이 나를 따라다니는 것도
그 때문이다
번개가 꽂히듯 찌르르 솟아 있던, 하늘은 방전시킬 듯
한 검은 나뭇가지들
무서우리만치 살아 있던 오래전에 죽은 그 나무 아래
나는 한나절 하늘 멀리 기운을 뻗치는 검은 나뭇가지
들을 올려다보며 숨죽였다
나무를 통해 인간은 불멸에 이르기도 하는 것일까
저 죽은 나무는 아직 광기를 벗어나지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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