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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나호열 시인/세상과 세상 사이

梅花를 생각함

by 丹野 2009. 2. 12.

 

 

 

                                         梅花를 생각함

 

 

                                                                                        나호열



또 한 발 늦었다/ 일찍이 남들이 쓰다버린/ 쪽박 같은 세상에/ 나는 이제야 도착했다/북서풍이 멀리서 다가오자/ 사람들이 낮게 낮게 /자세를 바꾸는 것을 바라보면서 / 왠지 부끄러웠다 / 매를 맞은 자리가 자꾸 부풀어올랐다 / 벌을 준 그 사람은 어디로 갔을까?

             
玄齋 沈師正의 파교심매도를 보았다. 두 사람이 매화를 찾아 다리를 건너는 풍경이다. 어디에 매화가 피어 있는 지 모른다. 매화는 이른 봄에 피는 앵도과의 낙엽 활엽 교목이다. 

 좋은 시절 마다하고 한풍을 맞으며 피어나는 매화의 향기는 그윽하리라 

서두에 적은 시는 그러한 매화를 의인화하여 淨化의 의미를 되새겨 본 글이다.

佛典에 "善을 보면 즉시 행하라' 라는 말씀이 있다. 그러나 그것이 쉽지 않다. 옳고 그름이 무엇인지, 세상사의 운행에 대해서 그 시시비비를 快刀亂麻 식으로 해결하는 사람들도 자신이 행하여야 할 문제로 돌아오면, 그 일이 명백히 옳은 일이고 누구나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도 선뜻 나서지 못한다. 

자신의 손익을 생각하고 자신의 욕심을 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타인의 이전투구를 바라볼 줄은 알아도 자신의 옷자락에 묻은 진흙을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기 省察이 우선되지 않은 믿음은 바람에 날리는 모래와 같다. 보잘 것 없음과 못난 자신을 겸허하게 받아들이지 않은 상태에서 깨달음을 얻기란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착해진다는 행위, 선을 행하여야 한다는 무언의 명령은 스스로 아름다워지려고 노력하는 일과 相通한다.

아름다움은 느껴지는 것이다. 아름다움은 無所有이다. 소유하지 않아도 그것은 생명에 가득차 있는 것이다. 아름다움은 경쟁하지 않으며 그 자체로 영원한 것이다.

석가는 득도를 한 후에도 정진과 고행을 계속했다. 道는 끊임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은 세속의 잡다한 일상사에서 벗어나 평화와 안정을 얻고자 한다. 경전을 읽고 불심을 일으킨다. 그러나 범인들의 번뇌는 쉽사리 끊기지 않는다. 

一日一善을 하자. 그것이 되지 않으면 하루 한 가지씩 나쁜 마음을 버리자. 아름다워지려는 마음을 일으키자.

북풍한설의 매화는 과연 고독한가? 좋은 시절 마다한 그 꽃은 우매한가? 그것은 자연의 섭리이다. 양지만을 찾지 말고 우리도 기꺼이 음지녘에 서자.

빛나지 않는 어려운 시절이라 하더라도  향기를 은은하게 내뿜는 작은 숨결을 혼탁한 이 하늘가에 날려보내자

지금 이 시간에도 견뎌내고, 시련을 참아내며, 그리하여 맑은 얼굴 꽃 피울 매화 같은 사람들이 아직은 이 세상에 가득하다 

                                         1990.5 <불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