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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나호열 시인/詩

나는 폐허가 좋다

by 丹野 2009. 1. 9.

 

 

 

      나는 폐허가 좋다  / 나호열

       

      열 길 우물 속에서 개구리 운다


      경전을 받아 적으려

      바닷가 창문을 열어놓고 지새우는 밤

      질기고 질긴 한숨소리 같은

      저 파도의 질문, 한 마디의 말

      폐허에는 독 오른 풀들이 자란다

      베고 또 베어내도 귓전 떠나지 않는

      울음소리 마음 베이는 소리


      열 길 우물 속에서

      폐허의 주춧돌처럼 성큼 돋아나는

      세상을 향한 구애

      안간 힘을 쓰며 무너지지 않으려고

      그만큼 무너지는 기둥들

      살 속을 파고드는 파편들

      뼈로 남아 발굴을 기다리는 한 때

      손님이 떠난 바닷가 빈 방에

      모래 한웅큼


      나는 폐허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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