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훈]컬러의 시학
인습과 코드
야콥슨과 리파테르의 이론은 시를 지나치게 개념적인 것으로 간
주하는 경향이 있고, 따라서 언어의 지적 모방적 기능을 최소화하거
나 무시함으로써 시를 사회로부터 단절시킨다. 미국 구조주의자들
혹은 기호학자들은 이런 문제에 대해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컬러
같은 이론가는 이른바 시의 기호학 속에는 형식주의적 경향이 있다
고 비난한다. 야콥슨의 구조 언어학, 리파테르의 기호학은 텍스트적
통일성, 공간적 형식, 일상적 언어에 대한 문학적 언어의 우위, 자
율적 텍스트의 면밀한 독서를 공유한다는 점에서 형식주의적 경향이
존재한다고 본다.
컬러(J. Culler)는 [구조 시학]에서 코드와 인습을 정복함으로써 획
득되는 독서의 이론에 대해 주장한다. 코드와 인습을 익힘으로써
독자들은 일련의 문장들에 문학작품으로서의 형태와 의미를 부여
하게 된다. 따라서 구조주의 비평은 문학적 효과를 생산하기 위하
여 문학적 인습을 명료하게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 작가와 독자
가 공유하는 해석적 인습과 코드 가운데 컬러는 다음과 같은 여섯
가지를 선택한다.
첫째로 '의미의 규칙'이 있다. 이것은 문학작품이 인간이나 세계에
대해서 의미있는 태도를 표현한다는 점에 근거한다. 둘쨰로 '은유적
일관성의 인습'이 있다. 이는 은유의 취의와 매재는 언제나 일관성
을 유지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세걔로 '시적 전통의 코드'가 있으
며, 이것은 공통적인 의미를 내포하는 상징과 전형을 제공한다. 넷
째로 '장르의 인습'이 있으며, 이것을 텍스트를 측정하기 위한 안정
된 일련의 규범들을 제공한다. 다섯째로 '총체성의 규칙'이 있으며,
이것 때문에 문학 작품은 가능한 한 여러 수준에서 수미일관성을 유
지하게 된다. 끝으로 '주체적 통일성의 인습'이 있다. 이런 인습이
있기 때문에 의미론적 비유적으로 대립되는 여러 양상들이 균형적인
2항 체계를 소유하게 된다. 컬러에 의하면 이런 규칙, 코드, 인습의
총체적 체계가 문학적 능력(competence)을 구성하며 문학의 제도가
된다.
비록 인습을 읽는 일이 흔히 무의식적이고 때로는 변화무쌍하기
는 하지만 이런 독서는 주관적 현상이라기보다는 사회적 현상이며,
따라서 언어학에서 문법을 검토하는 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검토될
수 있다. 문학을 연구함에 있어서 컬러가 주장하는 것은 분리된 작
품들에 대한 정밀한 탐구로부터 해석적 인습을 연구하는 일로 전환
하는 일이다.
이것은 개인적 수행으로부터 사회적 능력으로, 작품들에 대한 개
별적 비평으로부터 문학의 제도를 연구하는 일로, 표면적 현상으로
부터 심층적 구조, 소쉬르가 말하는 빠롤로부터 랑그로 연구의 대상
을 전환함을 뜻한다. 그런 점에서 컬러가 신비평 이래 미국 비평이
개별적 텍스트에 대한 정밀한 독서에 사로잡혀 있엇던 점을 비판하
는 것은 당연하다. 그는 해석학을 비판하면서 문학적 능력의 이론
을 우선하고 비평적 해석을 2차적인 것으로 만드는 기호학을 옹호
한다.
특히 그는 자신이 쓴 [플로베르- 불확실성의 용도](1974)에서 드
러나듯이 통일성과 의미에 대하 관심을 너무 일찍 포기하는 당대의
비평적 해석을 슬퍼한다. 이 책에서 그는 이해의 인습적 양식들을
붕괴시키는 플로베르의 다양한 책략을 찬미한다. 플로베르에 관한
이 책이 보여주는 것은 이습의 결정적 역할뿐만 아니라 문학 연구의
제도가 보여주는 인습성을 파괴하는 역할의 결정적 중요성이다.
해체주의의 도입
70 년대와 80년대를 통해 컬러는 자신이 시도하는 기호학에 이른
바 해체주의를 도입한다. 이런 노력은 [구조 시학에서 작은 부분을
차지함에 비해 [기호의 탐색](1981), [해체주의](1982)에서 집중적
으로 수행된다. 전자의 책에서 그가 기호학에 적절한 해체주의를 도
입하려 노력함에 반해 후자의 책에서 그는 해체주의를 위해 기호학
을 거의 포기하고 있다. 자신의 이론에 있어서의 이런 변화는 그의
독서 행위 개념을 변화시킨다. 예컨대 '해체주의' 속에서 그는 독서
자체가 이야기, 곧 서사의 한 유형이라고 주장한다. 이때 텍스트를
읽는 일은 자신이 읽는 텍스트에 대해 이야기하는 일로 확장된다.
본질적으로 이런 이야기는 이중성을 내포한다. 곧 그것은 해석자와
그가 해석해야 할 대상, 주체와 객체, 배우와 그가 수행해야 할 원
본이라는 이중성을 내포한다.
독서 과정의 연결성을 설명하기 위해 문학 이론은, 컬러의 견해에
의하면, 궁극적으로 불확정적인 상태에 있는 텍스트와 독서, 텍스트
의 내용과 해석적 추론 사이의 경계를 통합하는 다양한 1 원론을 구
성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전형적인 해체주의로 간주되는 이런 역설적
논리는 컬러가 문학의 제도 심층에 있는 인습제도를 남구하던 초기
의 구조주의적 태도에서 벗어남을 의미하는 것 같다.
그러나 컬러는 구조주의와 해체주의를 상호보완적인 것으로 간주
한다. 구조주의가 텍스트의 문법성을 범주화함에 비해 해체주의는
텍스트의 비문법성을 범주화하기 때문이다. 하나가 체계를 다룬다면
다른 하나는 체계를 파괴한다. 그러나 각각 서로 다른 유리한 관점
에서 대상을 취급한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컬러의 '해체주의'는 다
양한 해체주의적 독법이 환기하는 새로운 인습과 토드의 체계화를
시도한다고 볼 수 있다.
결국 라파테르와 컬러에 의해 수행되는, 독서와 독자에 관한 구조
주의 이론이 공유하는 것은 사회와 연결되는 심층구조를 토대로 한
다는 점이다. 사회 일반의 인습이나 코드는 개별적 독자에 의해 수
행된다는 다른 이른 속에서 나타난다. 그러나 여기서는 체계가 주관
성으로 치환된다. 이때 독서란 텍스트와 해석제약에 종속되는 규칙
지배적 과정으로 나타난다. 구조주의의 입장을 보이는 다양한 독자
역시 이런 양상을 공유한다. 그러나 이들은 몰개성적이고 집단적이
고 이론적인 특성을 보인다. 따라서 경험적이거나 현실적인 독자를
지향하지는 않는다.
구조주의자들의 경우 독자가 주로 관심을 두는 것은, 컬러의 말에
의하면, 현실적 독자가 부딪히는 문제가 아니라 작품을 읽고 해석하
기 위하여 이상적인 독자가 알지 않으면 안 되는 문제이다. 감정이
입적 독서는 현상학적, 해석학적, 정신분석학적, 페미니스트 비평가
들이 애용하는 것으로 대체로 구조주의와 기호학적 비평과는 이질적
인 양상을 보인다. 최대한의 독서를 생산하기 위해 이상적 독자는
모든 언어학적 문학적 인습 속에 있는 탁월한 능력(comperence)rhk
조화되는 방법으로 텍스트의 코드를 해독한다.
미국의 지배적인 문학 기호학자들과는 달리 [텍스트의 힘 - 문학
이론과 영어 교육](1985)에서 문학 교육과 이데올로기적 분석에 관
심을 두는 로버스 스콜레스(R. Scholes)같은 이론가의 견해 역시
눈여겨보아야할 분야이다.
[이승훈] 모더니즘 시론-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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