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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나호열 시인/詩 창작 강의

[이승훈]리파테르의 시학

by 丹野 2008. 10. 21.

 

 

 

   

     

     [이승훈]리파테르의 시학

     

     

    초독자의 개념

     

     

       야콥슨의 일반 이론과, 특히 시작품에 대한 미세한 구조분석은

    미국의 경우 많은 동조자들을 생산했다. 특히 리파테르는 야콥슨

    의 영향을 받고, 자기대로의 새로운 시학을 강조한 이론가로 뽑

    힌다.  그의 대표적인 저서인 [시의 기호학]은 유재천 교수에 의해

    번역된 바 있다. 그는 탁월한 논문 [시적 구조에 대하여 : 보들레

    르의 고양이에 대한 두 가지 접근법](1966)을 통해 야콥슨을 비

    판한다.

     

     

       그에 의하면 보들레르의 [고양이]를 분석하면서 야콥슨과 레비-

    스트로스가 밝힌 많은 언어적 자질들은 문학적으로 활용되지 않으

    며, 따라서 문체론이 수반되지 않는 구조 언어학은 적절한 미적 요

    소를 분별함에 실패한다고 주장한다. 야콥슨의 텍스트 분석이 보여

    주는 난점은 텍스트의 모든 국면을 공평하게 다룬다는 점이며, 특히

    시가 보여주는 난해한 구석에도 그 대응구조를 적용함으로써 분석의

    적절성을 상실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그느 다른 구조주의자들처

    럼 전기적 비평을 혐오한다. 반면에 그는 독자 반응에 토대를 두는

    비평을 주장한다. 그리고 많은 미국 구조주의자들은 리파테르와 유

    사한 경향을 보인다.

     

     

       그가 말하는 독자란 이론적 불모성보다는 기술 비평을 지향하는,

    따라서 텍스트가 환기하는 문학적 의미와 미적 가치에 유념하는 세

    련된 독자를 의미한다. 시를 부분으로 나누는 일과 분석은 어디까지

    나 독자의 지각, 특히 적절한 양상에 대한 지각에 의존핟다. 여기서

    말하는 적정성이란 음운로의 용어로는 관여성리라고 할 수 있다. 관

    여적 자질이란 텍스트가 미적 효과를 생산하거나 문학적 의미를 생

    산함에 관여하는 요소들의 자질을 의미한다. 이런 요소들은 흔히 내

    용상 분명치 않은 , 따라서 무어라고 단언할 수 없는 모호성을 거느

    린다.

     

     

         이렇게 관여적이고 결정적인 텍스트의 양상을 설명하기 위해 그

    는 이른바 '초독자(superreader)'의 개념을 내세운다. 이런 독자는 작

    품이 전개되는 시간성을 중시하면서, 특히 작품 속에 있는 비문법적

    인 양상에 대해 고도의 감수성으로 반응한다. 그는 이런 이론적 구

    성을 토대로 텍스트가 환기하는 지작적 특수성, 곧 텍스트의 미적

    효과나 문학적 의미를 생산하는 관여적 양상에 대한 지각을 동반하

    는 의미있는 순간에 초점을 두고 미세한 형식 분석을 수행한다. 리

    파테르의 관점에 의하면 텍스트는 독자의 반응을 적절하고, 이런 반

    응이 또한 언어적 문학적 지식을 결정한다.  초독자는 고도의 미적

    감수성과 동시에 다양한 정보를 소유한 인간이다.

     

     

       리파테르는 그의 [시적 구조에 대하여]가 불어로 번역되었을 때

    거기에 서로 맞물리는 독서의 세 가지 국면을 첨가했다. 첫째는 독

    자가 텍스트 속에 전개되는 사태를 충실히 따른 국면이다. 둘째는

    독자가 딜레마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모순적인 구절들을 소급해서 검

    토하는 국면이다. 섯째는 독자가 총체적이고 기억할 만한 내용들을

    재독하는 국면이다. 이상 세 가지 국면들은 역동적인 독서의 핵심이

    된다.

     

     

     

     

      하이포그램과 모체

     

     

        그가 문체론에서 강조한 이런 세 가지 독법은 의미론을 다루는

    경우 두 가지 국면으로 환원된다. 첫째는 이른바 발견적(heuristic)

    독서가 있다. 이런 독서는 텍스트의 표면에 나타나는 언어적 비문법

    성에 유념하면서 텍스트가 보여주는 선형적 모방적 양상에 관심을

    둔다. 둘째는 해석적 독서가 있다. 이런 독서는 텍스트의 수직적 기

    호론적 양상, 특히 텍스트의 심층에 있는 구조적 하이포그램과 모체

    에 소급해서 초점을 둔다. 하이포그램이란 텍스트 속에는 나타나지

    않지만 이미 존재한 단어나 그, 상투 어구, 묘사체계를 의미한다. 그

    리고 모체란 시가 생산되는 단순한 단어나 문장을 의미한다. 이상의

    두 가지 독법은 일련의 대립양상을 보여준다. 가장 바람직한 독법은

    말에서 언어로, 모방론에서 기호론으로, 비문법성에서 문법성으로,

    통합체에서 계열체로, 변이체에서 모체로, 표면에서 심층으로 진행

    하는 방법이다.

     

       리파테르가 강조하는 이른바 문체론에서 기호학으로 돌린 것은 1970

    년대 초이다. 이때 그는 형식주의적 전통에 따른 자율적 텍스트의

    면밀한 분석을 거부하는 일 역시 거부하던 자신의 입장마저 포기 한다.

    [시의 기호학][텍스트 생산], 기타 여러 논문을 통해 그는 물론 문학사,

    수용 비평, 면밀한 독서라는 그의 입장을 유지하기는 한다. 그러나 이 무

    렵 그가 보여주는 변화는 미시구조가 아니라 거시구조에 대한 이론적 정

    립이다. 예컨대 서구 문학 일반에 적용될 수 있는 시학의 이론적 모델을

    개발하려는 노력이 그것이다. 시적 담론을 읽으며 그가 마주친 난해한 표

    적 자실, 혹은 비문법성을 설명하기 위해 그는 심층구조론 혹은 시의 문법

    론을 제기한다.

     

          일련의 복잡한 변형과정을 거치기는 하지만 궁극적으로 한편의

    시는 단일한 단어나 문장, 곧 모체에서 도출된다. 이 모체는 확장되

    거나 모방적 지시적 언어로 전환된다. 그리고 이런 과정을 경과하면

    서 모체는 왜곡되며 또한 모호성을 유발한다. 지시적으로 시를 읽는

    일은 내용과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수평적이로 표면적으로 진행된다.

    소급적이거나 해석적으로 시를 익는 일은 형식과 형식적 의미에

    유념하면서 등가성의 체계를 수직적으로 오르내리면 진행된다. 모방

    적 수준에서 나타나는 비문법성은 기호학적 수준에서는 문법성을 획

    득한다.

     

       시를 읽으면 독자가 마주치는 가장 난해한 순간이야말로 모체가

    결정적으로 암시되는 때이다. 모체가 앞서 나온 다른 텍스트, 곧 하

    이포그램과 연결되거나 그것을 여과한 것일 때 독서는 언어적 능력

    과 동시에 문학적 능력에 의존한다. 이런 점에서 리파테르가 말하는

    독자는 문학사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시의 변형생성적 기호학적

    모델 속에서 모체는 변형, 곧 복잡한 하이포그램, 확장, 전환에 종속

    되며, 이런 변형이 텍스트를 생산하며 적절한 수용이 무엇인가를 암

    시한다.

     

     

     

     

    [이승훈]-'모더니즘 시론'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