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통이 그립다 / 나호열
사람들 사이에 오래 서있으나
누구를 기다리는 지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는다
사람들 사이에 그는 보이지 않는다
속에 무엇이 있나 하고 궁금해 하는
따뜻한 손은 찾아보기 힘들다
쓰다 버린 폐지
구겨버린 전단지
휴지와 담배꽁초
쉬임 없이 매일 생산되는
버려야 할 것들
그 누구도 기다림에 익숙하지 않다
기다림이 익고
그리움이 물들고
눈물이 포도주가 되는 그 시간을
기다리지 않는다
사람들 사이에 우체통이
어느 날 이름을 바꾼다
사람들 사이에 쓰레기통이
섬처럼 떠있을뿐
- p r a h 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