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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나호열 시인/詩

봉선사에 종이 울리면

by 丹野 2008. 9. 21.

 

                                                                                              p r a h a

 

 

봉선사 종이 울리면 / 나호열


봄밤 아득하게 피어나 홀로 얼굴 붉히는 꽃처럼

여름 한낮 울컥 울음 쏟아내고 가는 소나기처럼

가을이 와서 가을이 깊어서

제 몸을 스스로 벗는 나뭇잎처럼

잊지 않으려고 되내이다 하얗게 삭아버린 이름

한 겨울의 눈처럼


봉선사 큰 종이 울릴 때마다

나는 빈 찻잔에

소리의 그림자를 담는다

눈으로 

적막의 눈으로 소리를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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