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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나호열 시인/詩

길을 찾아서

by 丹野 2008. 7. 25.


      

    길을 찾아서/ 나호열


    옷고름 여미듯이 문을 하나씩 닫으며
    내가 들어선 곳은 어디인가
    은밀하게 노을이 내려앉던 들판 어디쯤인가
    꿈 밖에 떨어져 있던 날개의 털
    길 모퉁이를 돌아 더러운 벤치에
    어제의 신문을 깔고 누운 사람이여
    어두운 계단을 점자를 읽듯이 내려가며
    세상 밖으로 쫓기듯 떠나가고 있는 것이다
    세상 밖에도 세상이 있으니 이 얼마나 낯 선 풍경인가

    그저 하늘을 날아가는 새들
    응달진 숲의 낮은 곳을 익숙하게 오가는 다람쥐들
    맹목의 긴 행렬을 이루며 땅 속으로 기어들어가는
    말없음표의 개미들
    한 번도 똑 같은 길을 걸어가 본 적이 없는
    그들과의 짧은 눈맞춤 
    그들과 눈 맞춘 그 길 일장춘몽이다
    길은 아무는 상처와도 같다 아물면서 기억을 남기는 길
    상처가 없는 그들은 매일 새로운 길을 만들고 버린다

    저, 비어 있는 유모차
    물끄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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