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바람의 궁전
나호열 시인/詩

신탄리행 / 나호열

by 丹野 2006. 7. 9.

   

                                                                                              p r a h a

      

          신탄리행  / 나호열

         

        어디로 가느냐고 묻는 사람 없다
        어디에서 왔느냐고 묻는 사람 없다
        가슴 서늘해지는 끝이라는 말
        더 이상 갈 수 없는 마지막 역에서
        얼마나 나는 부끄러워지는가
        온기 가득했던 한 잔의 차를 다 마시기도 전에
        작별의 편지 한 장 다 쓰기도 전에
        이렇게 당도해버린 낯 선 곳에서
        산 속으로 숨어드는 길섶에 무성한
        찔레꽃, 하얀 찔레꽃
        그 찔레꽃이 죽어 햇빛을 접은 나비로
        출렁거리는 내 그림자를 밟는다
        사람이 아득하여 숨을 필요도 없는 閑村에
        벌거벗어도 깊어보이는 시냇물은 어디로 가는가
        산정을 넘어가는 구름에서 내릴 때
        차표는 필요하다
        이 생에서 내릴 때 나는 아카시아 향을
        시냇물 소리를, 애기똥풀의 작은 꽃잎을
        내 영혼의 역을 지키는 그 사람에게 전해줄 수 있을까
        수취인 불명의 편지처럼 붉은 화인을 안고
        나는 다시 나에게 돌아오고 있다

         

         

         

        Concerto for Violin in A, D.96


        Venice Baroque Orchestra ,
        Conductor :  Andrea Marcon ,


        불후의 바이올린 명연주 : Giuliano Carmignola

        줄리아노 카르미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