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에 대하여
나호열
낭만이라는 찻집은 바닷가에 있다
방파제 끝까지 가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문은 항상 열려 있다
대부분 서서 있게 마련이지만
음악은 늘 신선하다
적당한 소금기를 머금은 바람처럼
테이프는 조금 늘어져 있다
며칠씩 묵고 가는 사람은 없다
밀물이 오면 지워지는 발자국 몇 개 남기고
갯바위에 붙은 따개비를 헤적거리다가
추억 속에 노을을 엎지르고 황급히 길을 되짚는다
아무 것도 가질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끝이 보이지만
빈 그물 속에 끌려 들어온 바다를
버리지 못해 한 평생 끌탕을 하는 어부들에게
수평선은 보이지 않는다
사람들은 방파제 끝까지 가지 않지만
방파제 끝이 바다의 시작인 것을
낭만이라는 찻집은 바닷가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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