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나물처럼
박일만
그렇지요
나물을 삶아 도시에서처럼
그냥 볕에만 말리면
풋내 가득하고 제맛이 안 나지요
산다는 것처럼요
그렇지요
나물을 삶아 시골 마당에 널어놓고
아침저녁으로 이슬을 맞혀가며
두 손으로 비벼 줘야 제맛이 나지요
산다는 것처럼요
사람의 인생도
이슬에 젖듯이
나물끼리 비비듯이
풍파를 겪으면서 익어가야만
깊은 맛이 절로 우러나지요
산다는 것처럼요
짧은 생을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시련들을 피하지 않고
잘 극복한 사람에게서
잘 말린 나물처럼 깊은 맛이 나지요
암 그렇지요
상처가 있는 사람이 더 진국이지요
산다는 것처럼요
―반년간 《시인하우스》 2024 하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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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만 / 1959년 전북 장수 출생. 2005년 《현대시》로 등단. 시집 『사람의 무늬』 『뿌리도 가끔 날고 싶다』 『뼈의 속도』 『살어리랏다』 『사랑의 시차』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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