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새벽 다섯 시 무렵부터 두어 시간 동안 바다에 머물렀다.
물 빠지는 바다로 들어가서 낡은 목선의 연대기를 읽었다.
이쪽 바다에서 저쪽 바다 끝까지 걷고 멈추고 또 걷고
바다 속으로 첨벙첨벙 들어가서
물의 숨소리도 들어보며
바람과 빛으로 만들어지는 것들을 바라보았다.
순식간에 날이 밝아오고 뜨거운 태양이 떠올랐다.
무엇인지 모를 그 어떤 것이 내 심장을 뜨겁게 만들어주기를 원했는지도 모르겠다.
새벽 두 시, 세시, 네시
푸른 하늘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호텔문을 나섰다.
호텔에서 5분 거리에 있는 바다에는 벌써 수영하러 나오는 사람들이 많았었다.
저녁 무렵이면 푸르메리아 꽃향기가 바람에 섞여서
호텔 앞 거리가 온통 꽃향기로 가득했다.
날마다 새벽 바다에 나가고, 호텔 조식 후 휴식
거리 산책하며 과일을 구입해서 점심으로 먹고
저녁은 맛집을 찾아다녔다.
물 흘러가듯이 그렇게 하느작 거리는 여행이었다.
여행을 다녀온 후,
왜 그랬는지 죽을 것 같이 아주 심하게 아팠었다.
일주일 여 동안 잘 먹지도 못한 채
약 먹고 자고, 또 약 먹고 자고
겨우 조금 나아서 밖에 나와보니
벚꽃은 오간데 없고 푸른 잎만 가득했다.
올해 봄은
꿈인 듯, 꿈을 꾼 것처럼 그렇게 꽃몸살을 앓으며 지나가 버렸다.
2023년 3월 14일 - 3월 21일. 경성, 한서, 경선 - 베트남 붕따우에 머물다.
사진정리도 아직도 하지 못하고, 친구들이 보내온 개인사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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