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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사진과 인문학/파미르 고원

무너지다

by 丹野 2022. 9. 2.

 

 

 

 

 

 

 

 

 

 

 

 

 

 

 

 

 

 

 

 

 

 

 

 

 

 

 

 

 

 

 

 

 

 

 

 

 

 

 

 

 

 

 

 

 

 

 

 

 

 

 

 

 

 

 

 

 

 

 

 

 

 

 

 

 

 

 

 

 

 

 

 

나도 모르게 빠르게 낡아가고 있었던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

어느 만큼 천천히 보다 더 천천히 낡아갈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했었다.

서서히

천천히라는 말을 믿고 살았던 것이다.

내 몸이 천천히 무너지고 있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등뼈가 천천히 낡아가고 있었던 것이라고 의사 선생님께서 말씀해 주셨다.

일찍 진료받으러 와서 다행이라고 하셨다.

어제는 등뼈에 4개의 주삿바늘을 꽂았다.

어제 오후부터 오늘 오후까지 그림처럼 누워있었다.

오후가 되니 조금씩 나아지는 듯했다.

매일매일 조금씩 늘려가며 산책을 하라고 했다.

책상에 오래 앉아있으면 안 된다고, 1시간마다 휴식시간을 가지라고 하셨다.

 

오후 네 시 오십 분 숲에 스며들었다.

상수리나무가 그림자를 길게 늘어뜨려서

개울의 목에 턱 하니 걸려 있었다. 여섯 시까지 나무 사이로 천천히 걸었다.

병원에 다녀오길 참 잘했다. 이렇게 걸을 수 있어서, 이만큼이어서 다행이다.

빛을 읽고 그림자를 읽고 더불어 나무 그림자 속으로 들어간 내 그림자도 읽었다.

조금씩 나아지리라

서서히 나아지리라

그래야지

그렇게 되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