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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숭아빛으로 물든 바다에 앉아있는 새들을 만나러 갔던 것인데
어느 만큼 시간이 지났을까 새떼가 일제히 날아올라 서쪽 노을 속으로 날아갔습니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새들의 말을 들었을 뿐인데
어떤 것도 바라지 않았는데 그만, 새들이 날아올랐습니다.
더 먼바다로 날아가서 완벽하게 붉은 태양빛이 비치는 바다에 앉았습니다.
세상의 모든 말들이 제게로 와서 와락 끌어안았습니다.
괜찮다 괜찮다
너무 아름다워서 눈이 멀 것만 같았는데 눈이 멀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너무 아름다워서 가슴이 터질 것 같았는데 오롯하게 뜨거운 마음이어서 다행이라고
우리는
우리는 사흘 동안의 여행을 계획했지만, 너무 아름다운 것을 많이 보아버린 마음 가라앉히기 위해
그만. 여행을 멈추기로 했습니다.
배롱꽃을 찾아갔던 아침 무섭게 쏟아져내리는 장대비가 그치기 기다렸다가 만난 배롱꽃의 황홀과
그날 장맛비 쏟아지고 오후 흐린 하늘이었던 바다가 한 순간 문이 열리듯 서쪽 수평선 쪽만 구름이 열러서
이토록 황홀한 순간 속에 머물 수 있었으니까요.
우리의 생처럼 예측할 수 없는 자연의 신비에 감사 감사 인사를 올렸던 여행이었습니다.
당신, 그리고 우리
저 노을에 젖은 빰을 두 손으로 감싸안고 세상을 모든 것을 다가졌다, 생각해보신 적 있으신지오.
집으로 돌아와서 문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너무 강렬했던 여행의 시간이 저를 꼼짝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세상은 살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해주는 듯싶습니다.
2022년 행복하고 너무 행복하고, 슬프고 너무 슬픈 일이 있었지만
꿋꿋하게 다짐하고 또 다짐했던 시간이
아름답기만 합니다.
참으로 고요합니다.
좋은 시 한 편 쓰자고
깊디깊은 연주 하자고
온통, 온통
오롯하게 혼자만의 시간에 가닿게 서로를 배려해주는
그대들이 있어 우리 서로가 행복합니다.
너무나도 어려운 시간 내어준 딸과 사위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한 달에 한 번 사흘의 시간을 내기가 너무나도 어렵기만 한 2022년 온통 사랑으로 사는 날들입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바람의 궁전은 왜, 똑같은 사진을 왜 이렇게 많이 올리는가 생각하시더라도 그냥 스쳐 지나가십시오.
저는, 저에게로 온 순간순간이 너무 귀해서 다 저장해두고 싶습니다.
매순간순간 다른 풍경이고 다른 절정입니다.
바람의 궁전은 오롯이 저의 일기장입니다.^^
평화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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