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 연대기
김경성
물속에서의 날들이 여울진다
비릿한 몽유의 시간들
물고기의 뼈가 낱낱이 해체되어 조각으로 떠다니는
숲
마음이 일렁이는 날들의 습한 시간이 낳은 날을 기억한다
파문이 온몸을 휘감아
어쩔 줄 모르던 순간
지느러미를 흔들며 빛을 내어주던 밀정의 민낯
오래 잊고 있었던 얼굴이다
살아진다, 살아간다
그 사이에서 빛을 향해 달음질친다
더 멀리 가려고 하면 할수록 푹푹 빠지는 늪,
보이지 않는 어떤 손이 잡아당기는 것 같아
촉수를 내밀어서 깊숙이 뿌리를 내린다
담을 수 없는 것까지
제 속에 들이는 물거울 속으로
물잠자리가 날아간다
한국시인협회 사화집 - 우리들의 얼굴 찾기 2 『너의 얼굴』수록
2022. 03. 22 . <청색종이>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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