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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丹野의 깃털펜/김경성 - 근작시

씨앗 연대기 / 김경성

by 丹野 2022. 4. 13.

 
 
씨앗 연대기
 
김경성
  
물속에서의 날들이 여울진다
 
비릿한 몽유의 시간들
물고기의 뼈가 낱낱이 해체되어 조각으로 떠다니는

 
마음이 일렁이는 날들의 습한 시간이 낳은 날을 기억한다
 
파문이 온몸을 휘감아
어쩔 줄 모르던 순간
지느러미를 흔들며 빛을 내어주던 밀정의 민낯
오래 잊고 있었던 얼굴이다
 
살아진다, 살아간다
그 사이에서 빛을 향해 달음질친다
 
더 멀리 가려고 하면 할수록 푹푹 빠지는 늪,
보이지 않는 어떤 손이 잡아당기는 것 같아
촉수를 내밀어서 깊숙이 뿌리를 내린다
 
담을 수 없는 것까지
제 속에 들이는 물거울 속으로
물잠자리가 날아간다
 
 
 
 
한국시인협회 사화집 - 우리들의 얼굴 찾기 2 『너의 얼굴』수록
2022. 03. 22 . <청색종이> 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