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슨 거울을 들고 있다
김경성
얼굴이 언제부터 보이지 않았는지 알 수 없다
다만 지금은 청록의 시간이라는 것
한차례 뜨거움이 지나가고
마지막 숨을 풀어내는 연기의 끝까지 가보면
그곳에는 청록의 시간을 닦아낼 수 있는
한 줌의 재가 있다
청록을 지우고
빛이 나면
그 시간이 되돌아올 수 있을까
녹슨 거울이 제 안에 물고 있는 것은
제 속에서 거닐었던 한 사람의 생이라고
먼 시간을 건너 온 슬픔이
나를 비추고 있다
⸻격월간 《현대시학》 2020년 9-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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