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 안개는, 수만 개의 얼굴을 가진 안개는
안개는, 수만 개의 얼굴을 가진 안개는
제가 누구인 줄도 모르는 안개는
수만 개의 얼굴을 가진 안개는 멀리서 바라보면 구름 같기도 하고
가까이 다가가서 만져보면 눈물의 맛이 나기도 하고
소리 없이 모든 것들을 삼키는 안개의 입은 너무 커서
눈 깜짝할 사이에 나를 삼키고 전봇대를 삼키고 트럭을 삼키고 논고랑을 삼키고
나중에는 쑥부쟁이까지 다 삼켜버리고
- 2019. 10. 18 - 10. 19 <와온 화순 적벽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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