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 옆에 금잔화 꽃다발이 있다 / 김경성
꽃이 먼저였는지 물고기가 먼저였는지
입술을 오므렸다가 펴는 바다만이 알고 있을 뿐
멀리 떠난 사람은 되돌아오지 않았다
말라가는 물고기 비늘만이 시간을 말해준다
손을 놓쳐버린 꽃들은 서서히 꽃 즙을 말리고
몸을 뒤척이며 제 비늘을 세우는
물고기의 검은 눈 속으로 파고든 햇빛마저 길을 잃었다
꽃을 놓은 손은 어디쯤 멈춰 서서
제 살 속의 아픈 말들을 삼키고 있을까
이미 숨을 놓아버린 것들이 내는 빛은
차마 말할 수 없는 어떤 슬픔을 머금고 있다
태엽을 많이 감아도
시곗바늘을 되돌려 놓아도 그만큼의 속도로 가는
회중시계를 꺼내놓는다
마른 꽃은 더 이상 마르지 않고 꼿꼿하게 허리를 세운다
물고기 등을 밀고 오는 파도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 계간 『시와문화』2019년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