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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丹野의 깃털펜/김경성 - 근작시

물고기 옆에 금잔화 꽃다발이 있다

by 丹野 2019. 10. 1.






물고기 옆에 금잔화 꽃다발이 있다 / 김경성

 

 

꽃이 먼저였는지 물고기가 먼저였는지

입술을 오므렸다가 펴는 바다만이 알고 있을 뿐

멀리 떠난 사람은 되돌아오지 않았다

말라가는 물고기 비늘만이 시간을 말해준다

 

손을 놓쳐버린 꽃들은 서서히 꽃 즙을 말리고

몸을 뒤척이며 제 비늘을 세우는

물고기의 검은 눈 속으로 파고든 햇빛마저 길을 잃었다

 

꽃을 놓은 손은 어디쯤 멈춰 서서

제 살 속의 아픈 말들을 삼키고 있을까

 

이미 숨을 놓아버린 것들이 내는 빛은

차마 말할 수 없는 어떤 슬픔을 머금고 있다

 

태엽을 많이 감아도

시곗바늘을 되돌려 놓아도 그만큼의 속도로 가는

회중시계를 꺼내놓는다

 

마른 꽃은 더 이상 마르지 않고 꼿꼿하게 허리를 세운다

물고기 등을 밀고 오는 파도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 계간  『시와문화』2019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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