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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丹野의 깃털펜/김경성 - 근작시

지극히 편파적인 월평 / 이대흠

by 丹野 2017. 10. 15.



 

지극히 편파적인 월평 / 이대흠

 

 

 

     김경성의 망고나무와 검은 돌은 환상적인 면이 있다. 시작을 나뭇잎이 빙그르르 맴돈다고 하였다. 망고나무 그릇에서 그런 연상이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잘 이해하기는 어렵다. “씨앗에 날개를 달아서 가벼운 망고나무 그릇이라는 말도 어렵다. 씨앗에 날개를 단 것과 나무 자체로 만든 그릇과는 인과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 더구나 망고는 핵과이므로 씨앗에 날개를 달았다는 연상도 동일성이 약하다. 우기의 바람과 비를 들였다면 무거워지는 게 자연의 이치 아닐까. 내가 너무 시적 인식을 이해하는 폭이 좁아서인지, 이런 표현들은 시를 이해하기 어렵게 만든다. 어찌되었건 상상이니, 이해가 되지 않아도 이해하는 척이라도 해보자. 상상 속에서는 시간도 멈추거늘, 이 정도야!

 

나뭇잎이 빙그르르 맴돈다

 

망고나무 몸속의 것을 파내고 물을 들여놓으니

나이테가 풀리면서 물이 흔들린다

 

씨앗에 날개를 달아서 가벼운 망고나무 그릇

우기의 바람과 비를 들인 탓에 물 위에서도 둥둥 뜬다

 

나뭇잎이 깨어나서 푸른 말을 뱉어내니

아프리카 검은 돌 속의 물고기 지느러미도 꿈틀거린다

 

몇 억년 전 어떤 기류에 휩싸여 몸을 움츠리고 호흡을 멈추었을 때

물과 빛은 사라지고 긴 잠에 들어 말문을 닫았던 

 

망고나무 그릇 옆에 검은 돌접시를 놓으면

얼룩말에 앉은 흰 새가 날갯짓하고

망고나무 씨앗도 깃을 편다

 

조각칼을 대면 흰 강줄기가 흐른다는 아프리카 검은 돌 속에서 나온 물고기가 팔딱거린다   

 

망고나무 푸른 그늘을 도려내어서 검은 돌접시에 담아놓자 강물이 출렁인다

 

잃어버렸던 우리들의 말들이 깨어나는 순간이다

    


- 김경성 망고나무와 검은 돌」전문

-『시인동네2017년 8월호





 

        겨우 3연에 이르러서야, 망고나무 그릇을 보며, 말의 초원을 끄집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뭇잎이 깨어나서 푸른 말을 밷어내니” “아프리카 검은 돌 속의 물고기 지느러미도 꿈틀거리겠지. 하지만 몇억 년 전 어떤 기류에 휩싸여 몸을 움츠리고 호흡을 멈추었을 때/물과 빛은 사라지고 긴 잠에 들어 말문을 닫았던//망고나무 그릇이라는 말은 또 이해를 어렵게 한다. 그래서 내 마음대로 상상을 한다. “망고나무 그릇 옆에 검은 돌접시를 놓으면/얼룩말이 않은 흰새가 날갯짓하고/망고나무 씨앗도 깃을 편다하지만 시적대상이 확연히 잡히지는 않는다. ‘망고나무 그릇망고나무 씨앗검은 돌접시가 서로를 봐 달라고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그 무언가에 조각칼을 대면 흰강줄기가 흐른다는 검은 돌이 있고, 검은 돌 속에서 나온 물고기가 팔딱거린다그 순간이 잃어버렸던 우리들의 말들이 깨어나는 순간이다고 한다./ 결국 우리는 잃어버린 말이 있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아무래도 언어는 왜곡되기 십상이라서 정확한 소통을 하기가 어렵다. 더구나 인간은 거짓말의 능수이기에 언어를 통해 진실을 알기에는 더욱 힘들어진다. 따라서 우리가 잃어버린 말이라면, 지금 통용되는 언어 이전의 세계가 되겠다. 어쩌면 그런 언어를 찾아가는 과정이었기에 시의 문장이 나의 굳은 언어 관념으로는 독해가 어려웠는지도 모르겠다. 때로는 언어 파괴를 통해 새로운 언어가 태어나기도 하는 것이니, 이런 실험도 시인이 잘 이겨내기를 바랄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 지극히 편파적인 월평 부분”/ 이대흠   


시인동네201710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