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에 관한 변주곡
김경성
물속에 발목을 담고 사는 새들의 전생은 물이었다
뼛속을 비우고 하늘로 뛰어드는 것은
제 몸에서 출렁거리는 깃털을 가다듬기 위한 것
퍼득거리는 물고기를 물고 솟아오르는 물총새가 물비린내를 연신 바람으로 닦으며 저쪽으로 날아갔다
물속에 사는 것들이 물 밖이 궁금할 때는
물의 창문을 열어놓고 출렁출렁 제 속의 소리를 멀리 보낸다
산 그림자까지 다 받아내며 때로는 제 안으로 뛰어드는 것들을 놓아주지 않는다
물의 풍경 흔들리지 않게 소금쟁이와 검은풀잠자리가 움켜쥐고 있는 물의 낯을 얇게 뜯어내면 수천 장의 풍경이 펼쳐진다
강 하구까지 오는 동안
출처가 지워진 물길이 강의 깊은 속까지 흘러들어 가서
우리도 모르는 상처가 섞이면서 흔들리는 것이다
찢기어진 물의 내장으로 스며드는 것 중에는
새들의 붉은 발과 부리가 일으키는 굴절의 소리도 있다
-불교문예 2017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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