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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丹野의 깃털펜/김경성 - 근작시

상처에 관한 변주곡 / 김경성

by 丹野 2017. 10. 9.





상처에 관한 변주곡


김경성

 

 

물속에 발목을 담고 사는 새들의 전생은 물이었다

뼛속을 비우고 하늘로 뛰어드는 것은

제 몸에서 출렁거리는 깃털을 가다듬기 위한 것

 

퍼득거리는 물고기를 물고 솟아오르는 물총새가 물비린내를 연신 바람으로 닦으며 저쪽으로 날아갔다

 

물속에 사는 것들이 물 밖이 궁금할 때는  

물의 창문을 열어놓고 출렁출렁 제 속의 소리를 멀리 보낸다

산 그림자까지 다 받아내며 때로는 제 안으로 뛰어드는 것들을 놓아주지 않는다

 

물의 풍경 흔들리지 않게 소금쟁이와 검은풀잠자리가 움켜쥐고 있는 물의 낯을 얇게 뜯어내면 수천 장의 풍경이 펼쳐진다

 

 하구까지 오는 동안

출처가 지워진 물길이 강의 깊은 속까지 흘러들어 가서

우리도 모르는 상처가 섞이면서 흔들리는 것이다

 

찢기어진 물의 내장으로 스며드는 것 중에는

새들의 붉은 발과 부리가 일으키는 굴절의 소리도 있다

 

 

  -불교문예  2017년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