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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제미륵보살반가사유상
김경성
깊이 들이마셨던 숨 내려놓았다
그와의 거리가 너무 멀어서 시간을 잊고 기다려야 했다
땅 깊숙이 얼굴을 묻고 지상으로 터져 나오지 못하는 말들을
하나하나 제 속에 들였다
물이 흘러가던 뿌리를 거두고 거꾸로 서서
받아들였던 숨을 아래쪽으로 내려주고 있다, 천 년 후에라도
몸에서 흐르는 말들이 그대로일 것이다
그늘 속에 깃을 치고 가는 바람을 알아가기 시작했다
몸속에 들어앉아 있는 한 사람에게 고요히 손을 내미는 소목장,
몇 날 동안이나 만지고 또 만졌던가
몸을 감싸고 있는 껍질을 벗겨내니 끈적한 눈물이 흐른다
수없이 비워냈던 달이 차오르고 만조의 바다는 달빛으로 일렁였다
시간의 흔적이 낱낱이 기억되어있는,
한 그루 나무 속에 들어앉아 있던 그 사람 세상 밖으로 나왔다
얼굴에 비치는 빛의 결에 출렁이는 바다의 무늬와 제 속에 경전을 들인 나무의 나이테가 보인다
나이테를 가만히 젖히고 바라보니
아,
고요함의 극치
-『시와경계』 2013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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