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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이탈한 자가 문득/향기로 말을거는 詩

장인설 외 1편 / 이상호

by 丹野 2012. 12. 15.

 

 

 

 

 

 

 

 

장인설

 

 

 

이상호

 

 

 

목판에 주저앉아 연신 물을 끼얹으며

잿빛 숫돌 매끄러운 단면 위에 날을 간다

저 혼자 적셔지면서 허공을 물질한다

 

세상에 날선 것 중 하나쯤 쓰다듬고

문설주 심지에서 상량 목 골수까지

목어의 비린내 우려진 대패질을 해댄다

 

딱딱한 비린내 깎아내면 낼수록

수북하게 돋아나는 육간대청 단청들

한 생의 높고 낮음을 쉼 없이 걷고 있다

 

마음속 꽃그늘을 지옥까지 물질한다

시퍼런 허공에 결과부좌 틀고 앉아

저 질긴 세상의 일들 모두 다 이어놓고

 

 

 

 

공존의 힘

 

이상호

 

목어의 등뼈같이 머리맡에 박아놓은

나비 모양 탁상시계 심장이 멎었다

분분한 생각을 접고 드라이버 들었다

 

삼십 년 전 책상 위에 올려놓은 몸짓과

수만은 고민들이 동시에 멈춰 섰다

생이란 살아가다 보면 때로는 삐걱대지

 

불쑥불쑥 날아드는 비수 같은 사건들

맞물려 돌아가는 태엽의 사이에 끼여

얽히고 헝클어져 버려 힘의 균형 잃었다

 

매순간 끊임없이 의욕으로 이루고자

맞물려 돌아가던 이십사 시간 동안

팽팽히 긴장된 시간들 밀추다 당긴다

 

 

 

 

- 우리詩 2012년 1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