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바람의 궁전
이탈한 자가 문득/향기로 말을거는 詩

파밭 / 최문자

by 丹野 2012. 12. 13.

 

 

파밭

 


최문자

 

 

뜨는 무지개만 여러 번 보았다
무지개가 죽는 건 본 적이 없다
무지개는 죽을 때 어디다 색깔을 버릴까
적어도 일곱 가지 이상의 감정을 죄다 지우고
회칠한 듯한 흰 손 들고
어디 가서 몰락할까
죽는 순간
하얀 홑이불 한 겹 뒤집어쓰고
뭉게뭉게 떠돌다
모네의 그림 상단에서 멈췄을까
쓰라린 파밭을 내려다보고 있다

 

 


- 계간『詩로 여는 세상』2012년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