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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丹野의 깃털펜/시집『내가붉었던것처럼당신도붉다』

팥배나무 / 김경성

by 丹野 2019. 8. 12.

 

 

 웹진 시인광장 선정 2013년 올해의 좋은 시 1000         237     

 

  

 

 팥배나무 

 

 

   김경성

 

 

 

 

 

 붉은 눈을 먹은 새들이 부리를 씻는 것을 보았다

 

  나뭇가지를 태우며 솟아오르는 태양의 중심을 향하여 날아가는 직박구리의 몸이 물들면서 팥배나무의 붉은 눈이 새의 몸속으로 들어갔다

 

  밤새 수묵화를 그리던 당신은 몸에 묻은 먹물을 닦는지 뒤척거리고 있었다  

 

  벼락 맞은 나무는 목이 꺾인 채   쏟아내지 못한 푸른 핏물이 계곡을 따라 흐르고 새벽 달 설핏하니 내려앉은 옹달샘은 푸르렀다

 

  새들은 나무의 귀를 씻어서 숲을 열고 

  마른 풀더미 아래 쌓인 풀씨는 눈꺼풀을 깜박거렸다

 

  '새들이 삼킨 붉은 눈은 천 개의 꽃이었다'고 당신이 내게 하는

  그 말을

  가슴에 쓸어 담으며 걷는 새벽,

 

  당신의 심장 속으로 푹푹 발이 빠지는

 

 

 

  

 

 

계간 『애지』 2012년 가을호 발표 

 

 

 

  

 

김경성 시인

 

 

전북 고창에서 출생. 2011년 《미네르바》를 통해 등단. 시집으로 『와온』(문학의전당, 2010)이 있음.

 

 

 

 

 -웹진 시인광장 http://www.seeinkwangj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