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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丹野의 깃털펜/시집『내가붉었던것처럼당신도붉다』

울음의 바깥

by 丹野 2019. 8. 12.

     

     

     

     

     

    울음의 바깥

     

    김경성

     

     

    백 년이 넘는 시간이 폭설에 무너졌다 생살이 찢기어지고 뼈마디가 툭툭 부러졌다

     

    중심을 잡아주는 뿌리는 지층 속의 기운을 받아들였던 곳

    우지끈 부러질 때, 울음의 파문은 바깥으로 넘어가지 못하고 

    거북이 등 같은 껍데기를 뒤집어쓰고 있다 

     

    해마다 적어놓은 말들이 시간의 경계에 걸려서 땅속으로 깊이 들어간다 

    한 생애 동안 떠받치고 있던 하늘을 내려놓았다

     

    머릿속에서 나는 웅웅 거리는 소리에 휘청거린다 

    내몸이 균형을 잡지 못한 지

    오래 되었다 

    사는 동안 내 안에 어떤 울음이 자라고 있어서

    마음 바깥으로 넘어서지 못하고 날마다 출렁이기만 하는가

     

    상처에 고여있는 나무의 울음이 출렁이고

    내안에서 자라는 울음의 나무는 숲이 되어서 

    심하게 흔들린다

     

     

     

     

     -『미네르바』2013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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