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
나호열
진흙에 묻힌, 그리하여 고개만 간신히 내민 몸을 보아
서는 안된다고 네가 말했다. 슬픔에 겨워 눈물 흘리는 것
보다 아픔을 끌어당겨 명주실 잣듯 몸 풀려나오는 미소
가 더 못 견디는 일이라고 네가 말했다.
덕진 연꽃*
나호열
연꽃 속에도 길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네
누군가를 처음 그리워할 때처럼
눈 감고도 갈 수 있는 길이 불꽃 속에 숨어 있음을
그대의 눈빛을 보고 알았네
진흙 속에 뿌리를 내리고도 어쩌면 저리
소중한 그 무엇을 감싸 안은 두 손 모양 경건하냐고
두 손 모두어 거두어들인 그 무엇이 또 무엇이냐고
묻는 나에게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비 한 방울이 또르르
연꽃 속으로 들어가서는
아직도 아직도 길이 멀어서인지
날 저물도록 기별이 없네
*전주시 덕진공원
F. 타레가 / 밀로스 카라다글릭(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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