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문의 땅 / 나호열
나는 가슴보다 작고
터벅터벅 먼 사막보다 넓은 땅을 가지고 있다
하루 안에 해가 뜨고 지는 광경을 볼 수 없어
말들이 바람처럼 내달리는 곳
평화에 물들었던 나의 전생이 잠든 그곳은 폐허이다
썩을 것은 썩고 무너질 것은 무너졌으나
완강히 묻힐 것을 거부한 말들은 죽창처럼 솟아올라
당신이 내게 말한 잡초가 무성한 땅
그 폐허에 다시 폐허의 주춧돌을 놓고
그 위에 잡초가 창궐하는 더 넓은 폐허를 갖고 싶으나
아직 나는 그곳에 닿아본 적이 없다
-『스토리문학』2012년 봄호
하늘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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