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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丹野의 깃털펜/시집『내가붉었던것처럼당신도붉다』

세렝게티의 말[言] / 김경성

by 丹野 2019. 8. 13.


 

  

       

 

 

세렝게티의 말[言] / 김경성

 

 

 

 

 

세렝게티의 밤은 밀림 속 롯지에

 

전기가 끊기는 밤 열두 시에 시작된다

 

램프를 든 마사이족 청년의 눈으로 들어간 별 몇 개가

 

후드득 방문 앞에 떨어지는 시간, 밀림 속에서 짝을 지어 다니는

 

임팔라, 톰슨가젤의 킁킁거리는 사랑의 말을 들을 수 있다면

 

단 하루를 살아도 좋으리라

 

박쥐 떼가 파드득거리며 동굴 속에서 빠져나오기를 기다리는 램프는

 

제 심장을 꺼내서

 

아카시나무에 박쥐 그림자를 걸어 놓는다

 

롯지 앞마당까지 들어온 임팔라

 

투두드득  풀잎을 뜯으며

 

달의 가슴을 그어대는 별의 모서리 부딪는 소리를 탄다

 

살아 있는 동안 다친 상처의 틈으로

 

별빛을 얼마나 많이 스며들게 할 수 있을까

 

상처에 새살이 돋게 할 수 있을까


아카시나무 속잎이 기린의 입술을 부르던 초저녁의 서늘함

 

밤이 깊도록 흐르고

 

야생동물들이 밀림 속으로 들어간 후

 

나도 램프처럼 심장까지 다 빠져나간 듯 허기가 져서

 

가장 높은 바위에 앉아 있었다

 

검은 나무에 앉아있던 독수리가 발톱을 세운 채

 

미끄럼을 타듯 내려왔다

 

 

 

저만큼. 저만큼

 

아까시나무가 커다란 램프를 들고 서 있었다

 

 

 

 

 

 

 

  계간 『 시에』  2011년  겨울호 

 




 

 




세렝게티에서 / 프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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