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대균의 줄타기 / 나호열
- 시집『낙타에 관한 질문』2004년
1.
바람 센 날
한 손에 부채 쥐어들고
줄에 오른다
이게 다 밥 먹고 사는 벱이여
얼쑤, 추임새 넣고
밑을 내려다 본다
아차 줄 놓는 순간에
콘크리트 두꺼운 회색 바닥에
어떻게 될지
다섯 길이 안 되는
동앗줄 위를
아슬아슬
양반다리 했다가
재재걸음 발름대다가
털석 주저 앉았다가
튕겨오를 때 마다
구경꾼들은 박수를 친다
배운 게 이거 밖에 없어
사타구니 속 쳐다보지 말아
아무 것도 없다니까
다 보여주고
또 보여준다
이 짓거리 낸들 좋아서 하남
얼쑤
2.
매트리스 한 장 깔지 않고
혼신의 힘
줄 위를 오간다
이 끝에서는 저 쪽 춘향이가 보이고
저 끝에서는 이 쪽 이도령이 보이나
오, 줄이며, 길이며, 밥줄이며, 밥길인
줄타기
절대로
줄 위에서 떨어지면 안 되는 광대
연습 없는 죽음을 향해
그가 광대의 탈을 벗고 사람이 되는 날
그 날은
허공에 홀연히 몸을 날려
실수인 듯
맨바닥으로
아득히 추락하는 날이다
.
.
.
매우 기쁘다. 전용공연장 마련 소원"
(과천=연합뉴스) 강창구 기자
= 28일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공식 명칭 '유네스코 인류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에 등재된 중요무형문화재 제58호 보유자 김대균(45)씨는 등재소식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경기도 과천시에서 줄타기 보존회를 이끌며 후학을 양성 중인 김씨는 "어린이들이 우리의 전통문화를 배우고 익힐 수 있도록 전용교육장이나 공연장이 시급히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우선 소감은
▲좋다. 나라마다 각기 다른 줄타기가 존재하고 표현방식도 다르다. 그런데 우리 것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는 것은 매우 상징적인 것이고 의미있는 일이다. 다른 나라의 줄타기가 대부분 줄을 타는 재주에만 중점을 두는 것과 달리 우리 것은 줄타기 기술과 재담, 노래, 춤까지 어우러진다. 우리나라처럼 3m 높이 위에서 다양한 놀이 형태의 줄타기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 매우 독특하다. 우리것은 줄을 탄다는 개념보다 이야기를 만들어서 소통하는 형태다. 이 때문에 단순히 줄만 타는 서양의 서커스와는 다르고 이런 점이 유네스코로부터 높게 평가받은 것 같다.
--언제부터 줄타기를 했다.
▲9살부터 시작했다. 전북 정읍이 고향이나 아버지가 용인 한국민속촌에서 근무하게 되면서 민속촌으로 이주해 전시가옥에서 생활했다. 이 때문에 어릴 때부터 한국민속촌 전체가 나의 놀이터였다. 줄타기, 풍물놀이 등이 나에겐 일상적인 모습이었다. 1976년 인간문화재가 되신 김영철 선생으로부터 줄타기를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었다. 어릴때 겁도 없었고 너무 재미있었다. 민속촌에서 1982년 5월1일 첫 공연을 시작한 뒤 1994년 6월까지 매일 2회씩 공연했다.
--그동안 가장 힘들었을 때는 언제였나.
▲스승인 김영철 선생이 1988년 작고하셨을 때다. 태산같이 큰 선생님이 돌아가신 이후 정체성에 혼란이 왔다. 내가 꼭 이것을 해야 하나 의문이 생겼다. 1~2년 방황을 했다. 그러나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이 일을 누군가가 해야 하는 것이란 의무감이 생겼다. 마음을 다잡고 열심히 공부했다. 단지 줄타기 기예가 아니라 재담과 소리, 놀이 등 음악적인 부분까지 채우기 시작했다. 선생들을 찾아다니며 열심히 했다.
--줄타기 매력은 무엇인가.
▲일상생활에서는 다양한 생각이 사고를 지배한다. 그러나 줄 위의 세상은 무념무상이다. 아무 생각이 없다. 그 위에서 줄과 끊임없이 대화하게 된다. 그러다 가끔 희열감이 올때가 있다. 줄위에서 다양한 동작을 풀어가다보면 어느새 줄과 내가 하나가 될 때가 있다. 소위 줄이 앙긴다고 하는데 그때의 짜릿함은 그 무엇으로 표현할 수 없다. 좋은 감을 유지하기 위해 항상 머릿속에 그 장면만을 생각한다. 공연할때도 나와 관객이 서로 소통하면서 한계단 한단계 만들어 정점에서 서로 희열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한다. 그래서 항상 제일 멋스럽고 좋았던 공연을 생각한다.
--진정한 줄광대는 어떤 것인가.
▲세상사 다양한 이야기들을 줄 위에서 풀어낼 수 있는 사람이 진정한 줄광대다. 다양한 장소에서, 다양한 대상으로 향해 공연해도 결국 줄광대는 허공 위의 줄을 통해서 각기 다른 이야기를 풀어내는 사람이다. 이야기를 풀어내는 능력이 줄광대 능력이요 멋이다.
--앞으로 소망은 무엇인가.
▲지금 과천에서 15명 정도를 교육하고 있다. 매주 수, 목요일 방과후에 하고 있다. 1기부터 시작해 현재 4기생을 교육하고 있다. 1기생 중에는 제법 줄을 잘 타는 학생도 있다. 그러나 줄타기 전용 교육관이나 공연장이 없어 아쉽다. 공연장이 있어야 어린이들이 자연스럽게 줄타기, 풍물, 민속놀이 등 우리의 옛것을 배우고 익힐 수 있다. 민속예술이 가진 숭고한 정신과 소중한 가치, 조상들의 삶의 지혜를 아이들이 배울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계기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
kcg33169@yna.co.kr
http://blog.yonhapnews.co.kr/kcg33169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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