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 外 / 나호열
『담쟁이 덩굴을 무엇을 향하는가』중에서 도서출판 청맥 1989 |
그 사람 / 나호열
그 사람이 보고 싶었다
아무 일도 없는데
그저 바람으로 흘러가는 주소를
생각해 보았다
한나절이 지나고
숨을 곳
곳곳이 찾아보았으나
방금 떠났다고 한다
어디로 간다는,
행선지도 없이
신발 문수를 감추고
같이 모여 있으나
뿔뿔이 흩어져 갈
정류장에서
그 사람이 보고 싶었다
따스한 무덤 같은 별들이
여기야, 여기야
오천 년 전의 눈빛을
은근히 보내고 있었다
冬蘭 / 나호열
반쯤
흰 살을 드러낸
웃음의 뒷길을
그믐달이 가고 있다
음지로 뻗는 푸르름
치아가 이쁜
은장도
하늘을 물고 있다
가을 나무에게 / 나호열
울지 말아라 | |
|
어느 날 / 나호열
시간은 휴지처럼 지나갔다 | |
산사에서 / 나호열
풍경소리에도 자그맣게 흔들리는 |
바위에게 / 나호열
얼음이기를 | |
편지 · 1 / 나호열
여기 두고 가리라 |
끈 / 나호열
나는 끈 하나로 남는다 | |
|
바다를 향한 세 개의 판토마임 / 나호열
1
밀어본다
당겨본다
표적을 빗나간
총알의 투덜거림,
질긴 귓속말로
두드려 본다
전원끊긴 자동문
투명한 저 너머
움직인다
한 사람이 제 몸에
못질을
해대고 있다
퍼렇게
바보같이
2
안는다
보듬어 안는다
비어있는 항아리를
끌어안는다
내 마음을 담을 수 없는
바다
아무리 해도 내 가슴에 담겨지지 않는
항아리
던져버리자,
힘껏 한 세상이
침묵 속으로
깨져 버린다
체온이 식어 버린다
3.
끝까지 기다려봐
눈감지 말고
한꺼풀
또 한꺼풀
벗어던지는
저 알몸
마지막을 기다려봐
빈 곳이란
빈 곳
철석이는 소리
반질하게 닦여져서는
또르르
바다로 굴러가는
마음 한 덩이
귀가 / 나호열
놀라운 폭발을 보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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