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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나호열 시인/詩

산사에서 / 나호열

by 丹野 2007. 10. 18.

 

산사에서 / 나호열


풍경소리에도 자그맣게 흔들리는
달빛이
걸음을 옮기고 있다

천 년을 내내 눈 떠 있는
석불의 입술은
앞산 나무들을 흔드는
바람이 되고
싸락거리는 소리
반야심경을 읊으며
냇물로 흘러간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갈림길에서 흔들리는
그믐의 달빛

두드릴수록
허물어져 내리는
육신의 모서리를
가을벌레 울음으로 잦고 있는
투명한 목숨줄
달빛을 타오르고 있다


 

 

풍경소리에도 자그맣게 흔들리는 달빛이 걸음을 옮기고 있다

 

 

     2011년 10월 15일 방태산, 홍천 은행나무숲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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