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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te Autumn
헌츠빌 가는 길 / 나호열
나는 기억한다네
지금껏 지나왔던 길
앞으로 걸어가야 할 길
눈감고도 훤히
바라볼 수 있다네
지금껏 지나왔던 길이
내 몸을 묶었던 오랏줄이었다면
앞으로 걸어가야 할 길은
부드럽게 풀려나가는 실타래 같을 것이네
더 멀리 가보려고 발버둥치는
더 빨리 닿으려고 마음 졸이던
그곳은 어디에도 없다네
오르막이면 어떻고 내리막이면 서운할텐가
가는 길은 있어도 오는 길이 없는데
애써 표지판은 기억하지 말게
이미 헌츠빌을 지났나? 그렇게 물었지
그대의 마음은 오른쪽으로 휘어도는데
그걸 놓칠까봐 두려웠었지
길은 바람이고 강이야
굴뚝이고 구름이야
그것들이 내 마음 속에서 살아 숨쉬는 한
저녁 식탁에서 내가 좋아하는
그대가 끓여주는 맛있는 스프를 먹을 수 있어
나는 오늘도 그곳으로 가고 있어
길이 헝클어지지 않도록
조심조심 걷고 있어
그대도 촛불이 되어 사뿐히 걷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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