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p r a h a
안개의 바다 / 나호열
밤이 그토록 깊었던 까닭을
길을 잡고 나서야 알 것 같았다
출렁거렸고 아득한 멀미에 잠 이루지 못했던
꽃봉오리의 개화를 문득 깨닫게 되었다
덕산에서 면천, 면천에서 당진으로 가는 길
꽃 향기가 빛을 내고 그 빛이 바다를 이루고
섬처럼 마을이 옆구리를 스쳐지나가고
몇 번인가 길을 놓치고 이윽고 편하게
발걸음을 그 빛 위에 올려놓자
비로소 한 자루의 초로도 세상이 눈물 나는 것임을
느린 걸음으로 마주치고 말았던 것
그윽하게 한 걸음씩 몇 갈피의 긴 이야기를
먼 곳으로 내밀어 두어도 아깝지 않은
안개의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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