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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나호열 시인/詩

안개의 바다

by 丹野 2007. 11. 29.

 

 

                                                                                                                     사진 / p r a h a

 

    안개의 바다 / 나호열


    밤이 그토록 깊었던 까닭을

    길을 잡고 나서야 알 것 같았다

    출렁거렸고 아득한 멀미에 잠 이루지 못했던

    꽃봉오리의 개화를 문득 깨닫게 되었다

    덕산에서 면천, 면천에서 당진으로 가는 길

    꽃 향기가 빛을 내고 그 빛이 바다를 이루고

    섬처럼 마을이 옆구리를 스쳐지나가고

    몇 번인가 길을 놓치고 이윽고 편하게

    발걸음을 그 빛 위에 올려놓자

    비로소 한 자루의 초로도 세상이 눈물 나는 것임을

    느린 걸음으로 마주치고 말았던 것

    그윽하게 한 걸음씩 몇 갈피의 긴 이야기를

    먼 곳으로 내밀어 두어도 아깝지 않은 

    안개의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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