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바람의 궁전
이탈한 자가 문득/풍경 너머의 풍경

[나무 생각] 태풍 밀려오는 입추 아침에 오래 된 나무를 생각하며

by 丹野 2011. 8. 23.

[나무 생각] 태풍 밀려오는 입추 아침에 오래 된 나무를 생각하며

   [2011. 8. 8]

   분주히 보낸 한 주였습니다. 새로 시작한 신문 연재 칼럼도 있었고, 격월로 마감해야 하는 원고도 마무리해야 하는 때였습니다. 새로 시작한 칼럼 '시가 있는 아침'에는 많은 분들의 격려와 성원이 있었습니다. ?F은 칼럼이지만, 매일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을 여는 글이기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듯합니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관심 갖고 봐 주시기 바랍니다. 오늘 아침에는 월북 시인 조운의 '입추'라는 시를 골라서 소개했습니다.

   ['시가 있는 아침' - 조운, '입추' 보기]

   오늘이 입추인 까닭이지요. 여름 가고 지는 꽃을 어찌해야 하느냐는 간절한 마음을 노래한 시입니다. 입추라고는 하지만 아직 가을의 기미는 조금도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태풍 소식만 한창입니다. 하긴 올해만 그런 게 아니라, 입추라는 절기가 더위 물러가는 때를 가리키는 건 아니지요. 아직 말복도 남았으니까요. 그저 여름 시작하며 피었던 꽃들이 차츰 꽃잎을 떨굴 뿐입니다.

   아무래도 자연의 시간표는 많이 흐트러진 모양입니다. 엊그제 천리포수목원에는 봄에 피어야 할 황매화 한 송이가 활짝 피어있었습니다. 황매화 '킨칸'(Kerria japonica 'Kinkan')이라는 품종의 나무였는데, 입추니 말복이니 하는 자연의 시간표를 무시하고 피어났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식물들은 시 '입추'에서 조운 시인이 노래한 것처럼 천천히 꽃 송이 떨구면서 하나 둘 열매를 맺어가고 있었습니다.

   시간의 흐름과 세월의 향기를 떠올린 건 그래서 제게 자연스런 일이었습니다. '사람과 나무 이야기' 칼럼에서는 그래서 프랑스의 작가 파스칼 키냐르를 생각했습니다. 최근에 우리말로 소개된 '옛날에 대하여'라는 책에서 그는 '옛날은 완결될 수 없는 출발'이라고 했습니다. 그 부분에서 천년 된 은행나무가 떠올랐습니다. 거개의 노거수들에 전하는 여러 종류의 전설을 모두 가지고 있는 나무이지요.

   충남 금산 요광리의 행정은행나무가 그 나무입니다. 호랑이도 무서워서 도망치게 한 나무이지요. 지난 해 이맘 때 쯤, [나무 편지]를 통해 소개한 적도 있는 나무입니다. 어두운 밤에 아이를 한 시간 쯤 나무 그늘에 세워두면 아이가 똑똑해진다는 전설을 가진 나무이지요. 천년 된 큰 나무에 기대어 살아가면서, 다시 또 새로운 전설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을 떠올리게 되는 나무 이야기입니다.

   ['사람과 나무 이야기' 칼럼 다시 보기]

   태풍으로 시작하는 한 주입니다. 남부 서해안 지역을 지나 지금 한창 인천 지역으로 태풍이 접근한다는 뉴스가 들려옵니다. 피해 없이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오늘 '나무 편지'에서는 지난 주의 '시가 있는 아침' 다시 보기를 링크하며 간략히 마칩니다. 시처럼 나무처럼 아름답게 이 여름 보내시기 바랍니다.

   ['시가 있는 아침' - 손택수, '나무의 수사학']
   ['시가 있는 아침' - 함민복, '그늘 학습']
   ['시가 있는 아침' - 송재학, '고딕 숲']
   ['시가 있는 아침' - 나태주, '풀꽃']

   고맙습니다.

   고규홍(gohkh@solsup.com) 올림.

2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