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찾아서] 바라보는 사람이 없으면 나무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 |
바늘꽃 종류인 Gaura lindheimer 의 꽃. | |
[2011. 8. 22] | |
서울 성균관대 캠퍼스 정문을 들어서면 왼쪽으로 나오는 문묘 구역의 명륜당 앞마당에 서있는 한쌍의 은행나무. | |
제아무리 큰 나무라 해도 그렇습니다. 길을 막고 우뚝 서있다고 해서 그 나무가 모두에게 의미있는 건 아니겠지요. 사람이 그런 것처럼 바라보는 사람이 없으면 나무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저 늘 스쳐지나는 거대한 기둥 정도라고나 할까요. 서울 종로 명륜동 성균관대 캠퍼스 안쪽에 서 있는 거대한 은행나무도 그렇지요. 크고 훌륭한 노거수이지만, 그것만으로 누구에게나 똑같은 의미와 가치를 지니는 건 아닐 겁니다. | |
천연기념물인 명륜당 은행나무의 늠름한 위용. | |
이 오수마을에는 아직도 커다란 느티나무가 많이 있습니다. 그 마을에서 나고 자란 한 사내가 대학생이 되어 고향을 떠나 서울에 왔을 때, 가장 고향처럼 느낄 수 있었던 것은 학교 정문 바로 안에 서 있는 은행나무였습니다. 30년 쯤 전 이야기입니다. 객지 생활을 하던 그는 점심 때가 되면 도시락을 들고 은행나무를 찾았습니다. 은행나무 그늘에 들어서서 도시락을 까먹는 게 그는 좋았습니다. 잠시나마 고향의 느티나무 그늘을 떠올릴 수 있었고, 보고 싶은 어머니의 품을 느낄 수 있었던 겁니다. | |
암나무였던 이 은행나무는 성균관 유생들의 바람대로 나중에 수나무로 성을 전환했다고 합니다. | |
그에게 나무는 그만큼 큰 의미로 서 있지만, 나무 곁에서 젊은 시절을 보내는 모두에게 그런 것은 아닙니다. 같은 대학교를 다니거나 이미 졸업한 학생들은 해마다 몇 천 명이나 됩니다. 그 모든 학생들에게 이 은행나무가 똑같은 의미를 지닐 리 없습니다. 나무는 이 대학교의 정문에서 백 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지만, 학교를 다니는 내내 단 한번도 들러보지 않는 학생은 충분히 있을 수 있습니다. 아무리 크고 아름다운 나무라 하더라도 그들에게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 |
명륜당 은행나무의 줄기에서 발달한 유주. 유주는 공기 중에서 호흡하는 뿌리인 기근입니다. | |
아침 저녁 바람이 선선합니다. 가을 내음이겠지요. 비만 계속 내리고, 뜨거운 여름 햇살은 그리 많이 느끼지도 못한 여름이었는데, 어김없이 가을은 찾아옵니다. 귀뚜리 소리도 훨씬 깊어졌어요. 그러고보니, 내일은 모기 입이 비뚤어진다는 처서입니다. 풍요로운 가을 잘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지난 '나무 편지'에서처럼 며칠 동안 [시가 있는 아침]에 소개한 시와 저의 감상 글들 소개합니다. 짧은 글이지만 관심과 성원 보내주시는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
"사람이 그렇듯 바라보는 사람이 없으면 나무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 |
지난 주에는 어느 방송사에서 진행하는 프리젠테이션 프로그램에 참여했습니다. 그 프로그램이 daum.net의 [TV 팟]에도 올라왔습니다. 더듬더듬 시작하다가 시간에 쫓겨 서둘러 마무리한 영상도 여기에 링크하겠습니다. '나무와 더불어 산다는 것'이라는 주제의 프리젠테이션입니다. 대나무의 신비, 화성 물푸레나무의 경이를 이야기하며 나무와 더불어 살아가는 의미를 짚어보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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