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찾아서] 화려한 여름 꽃과 우리나라 최고의 뽕나무 한 쌍 | |
독특한 모습으로 피어난 아칸서스 헝가리쿠스의 꽃. | |
[2011. 7. 11] | |
7월이면 서서히 꽃을 피우는 아칸서스 헝가리쿠스. | |
평창읍에서 조금 떨어진 약수리라는 곳의 느릅나무를 찾아볼 요량이었습니다. 몇 해 전 여행 중에 우연히 만났던 나무이지만, 그 위용이 뛰어나 잊지 못하는 훌륭한 나무입니다. 생육 환경이 그리 좋은 건 아니지만, 나무는 언제 보아도 훌륭합니다. 좀더 살펴보아야 하겠지만, 아마도 이 나무는 우리나라의 느릅나무 가운데에 가장 키가 큰 나무이지 싶습니다. 줄기 둘레로 치면 강원도의 다른 곳의 느릅나무에 조금 못 미치는 듯한데, 키만으로는 아마 최고이지 싶은 겁니다. | |
아칸서스에 속하는 식물로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식물로는 쥐꼬리망초를 비롯한 3종류가 있습니다. | |
오늘 편지에서 앞에 보여드리는 세 장의 사진은 천리포수목원에 지금 한창 피어있는 아칸서스라는 종류의 풀꽃입니다. 스쳐 지나며 본 적은 여러 번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기는 저도 처음인 꽃입니다. '아칸서스'라는 단어가 익숙하지 않으신가요? 아칸서스는 그리스의 코린트식 건축물의 장식 가운데 하나로 고대 문명과 관련한 글에서 여러 번 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 여기서 아칸서스는 바로 이 식물의 무늬를 장식으로 조각했기에 붙은 이름입니다. | |
낮은 키로 키우는 뽕나무 밭의 여느 뽕나무와는 사뭇 다르게 듬직한 크기의 정선 봉양리 뽕나무. | |
배롱나무 무궁화의 꽃이 그렇듯이 대개의 여름 꽃은 날씨만큼 정열적인 생김새를 가졌습니다. 빛깔이 화려하든가 모양이 남다르든가 눈에 확 띄는 꽃이 대부분이지요. 게다가 개화기간도 대개는 긴 편이어서, 숲 속의 여름은 길어도 지루한 줄 모르고 빠르게 흘러갑니다. 장마 지나면 이 여름 꽃들이 차츰차츰 피어나 여름 숲을 화려하게 수놓을 겁니다. 찾아보는 대로 나무편지를 통해 보여드리겠습니다. | |
뽕나무 줄기에 세월의 깊이 만큼 깊숙이 새겨진 굴곡. | |
그런 현상을 현대 철학자 장 보드리야르는 시뮬라크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복제의 복제만 남고 실재가 사라진 것을 말하는 것이지요. 뽕나무가 딱 그렇습니다. 하도 다른 이미지가 덧씌워지다 보니, 실재를 잃은 나무가 아닌가 싶은 겁니다. 뽕나무에 대해서는 그의 가치는 둘째 치고 일단 생김새만 해도 잘못 아시는 경우가 흔한 듯합니다. 뽕나무라는 나무 이름을 알긴 해도 실제 뽕나무를 단 한번 보지 못한 분들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실제로 뽕나무를 키워보신 분들조차 그럴 수 있습니다. | |
백성의 풍요로운 살림살이를 걱정한 옛 사람이 심어 키운 봉양리 뽕나무. | |
나무 앞에 강원도 유형문화재 제89호인 고학규가옥을 처음 지으신 제주고씨 중시조인 고순창님이 집을 지은 뒤에 심고 키운 나무입니다. 이게 정확한 기록이 없어서 조금 애매하기는 합니다. 누구는 그냥 이 자리에 있던 나무를 키운 것이라고도 하고, 누구는 중시조 고순창님이 손수 심고 키운 나무라고 하기도 하지요. 그러나 분명한 건 한 집안의 상징목이자 정원수처럼 키운 나무로 뽕나무는 유례 없는 일이라는 겁니다. | |
한 쌍의 잘 생긴 뽕나무 사이로 강원도 유형문화재 '고학규 가옥'의 대문이 빼꼼히 비친다. | |
뽕나무를 키워서 뽕잎으로 누에를 키우고 누에고치에서 명주실을 뽑아내 비단을 짜는 일은 농경문화권에서 금은보화를 사들이는 일 못지않게 귀한 일이었다는 겁니다. 그걸 잘 아셨던 제주고씨 중시조께서는 벼슬을 버리고 자연으로 돌아와서도 백성들이 살림살이를 풍요롭게 하고자 하는 뜻을 놓지 않고 나무를 심고 가꾸셨다는 결론에 이르게 됐습니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 링크하는 신문 칼럼으로 보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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