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찾아서] 시인을 닮은 농부와 농부를 닮은 시인, 그들의 나무 | |
젊은 시인 최인서씨가 하염없이 순천 평중리 이팝나무를 눈길로 어루만지는 모습. 나무 아래로 마을 농부가 지나갑니다. | |
[2011. 5. 30] | |
마을 어귀의 정자와 절묘하다 할 만큼 잘 어울리는 평중리 이팝나무의 풍경. | |
진안보다 남쪽인 순천에서는 이팝나무가 때마침 절정의 아름다움에 이르러 있었습니다. 천연기념물 제36호인 전남 순천 평중리 이팝나무는 나무의 생김새나 건강 상태가 모두 탁월한 나무이지요. 게다가 나무 주변의 풍경이 이팝나무와 잘 어울려서 이팝나무 개화기가 되면 해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나무입니다. 오래 전부터 농촌에서는 이팝나무의 꽃이 활짝 예쁘게 피어나면 풍년이 들고 그 반대일 경우에는 흉년이 든다고 믿어 왔는데, 바로 이 나무 앞으로 논밭이 넓게 펼쳐져 있거든요. | |
4백 년을 살아온 순천 평중리 이팝나무의 우람한 줄기. | |
개화기가 다른 나무에 비해 비교적 긴 편이어서, 이팝나무 답사는 그리 서두르지 않아도 됩니다. 하지만 번번이 절정의 시기를 맞추는 건 쉽지 않습니다. 올해처럼 개화기의 변동이 심해 꽃이 피어나기 전에 찾아갈 때도 있고, 또 일상에 쫓기다 개화 시기를 놓쳐 낙화 후에 찾아보는 경우도 있었지요. 4년 전에도 그랬습니다. 그때는 마침 답사 바로 전 날에 하루 종일 내린 비로 풍성하게 피어났던 이팝나무의 꽃이 한 송이 남지 않고 죄다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 |
푸른 이끼가 얹혀진 평중리 이팝나무의 줄기 표면. | |
이번 답사에서는 나무 앞에서 그 분을 전화로가 아니라, 직접 뵈올 수 있었습니다. 나무 앞에 한참 머무르면서, 오가는 마을 분들과 나무 이야기를 나눈 뒤에 돌아서려던 참이었지요. 나무 바로 앞으로 경운기를 몰고 나오시는 이순옥 님을 만나 뵐 수 있었습니다. 어찌나 반갑던지요. 꽃을 활짝 피운 이팝나무만으로도 마음이 벅찼는데, 거기서 꽃소식을 전해주시던 농부 이순옥 님을 오랜만에 다시 뵈올 수 있어서 그 날의 답사는 더 없이 행복했습니다. | |
나무 옆으로는 오래 전부터 이 자리를 지켜온 커다란 바위가 줄을 지어 놓였습니다. | |
돌아오는 길에는 시인의 부모님이 계시는 고향 집을 함께 찾아갔습니다. 낙안읍성에서 걸어서 10분도 채 안 걸릴 듯한 그의 고향 집 뒤란 울타리에는 찔레꽃이 하얗게 피었고, 앞 뜰에는 철쭉이 분홍 꽃을 활짝 피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뒤란에서 앞마당까지 온통 나무로 가득했습니다. 나무를 좋아하시는 그의 아버지께서 정성 들여 가꾸신 온갖가지 나무들로 가득한 아름다운 집입니다. 애써 꾸민 인공미가 아니라, 시골 집에 잘 어울리는 자연미가 넘쳐 흐르는 집입니다. | |
오래도록 잊지 못할 만큼 화려한 모습을 보여준 평중리 이팝나무. | |
신문에 자세히 쓴 나무 이야기는 번번이 그렇게 한 것처럼 여기에 다시 베껴 옮기지 않습니다. 제게 지면을 배려해주시는 분들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이겠지요. 거의 한 면 전체를 털어서 쓰는 칼럼인데, 아쉬운 것은 신문에서 다양한 사진을 보여드리지 못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나무 편지]에서는 신문에 실리지 않은 사진을 골라서 보내드립니다. 다시 보기로 보시기가 번거로우시더라도 이해해 주시기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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