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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이탈한 자가 문득/풍경 너머의 풍경

사람이 있어 더 아름답고, 더 간절한 최고의 우리 이팝나무들

by 丹野 2011. 5. 24.

[나무 엽서] 사람이 있어 더 아름답고, 더 간절한 최고의 우리 이팝나무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리고 가장 애절한, 이팝나무 두 그루를 만나고 돌아왔습니다. 단언컨대 우리나라 최고의 이팝나무입니다. 그저 개화 시기에 맞추어 만나야겠다는 생각만으로 떠난 답사였는데, 생각 이상의 많은 이야기를 담고 돌아왔습니다. 두 그루 중 먼저 찾아간 한 그루는 개화 상태가 그리 만족할 만하지 않아 조금은 안타까워 발을 동동 굴렀습니다. 그래도 그 곁에서 데면데면하게 나무 이야기를 들려준 축구 골키퍼가 장래 희망인 초등학교 5학년 아이의 이야기가 있어서 나무에 대한 뜻밖의 간절함을 간직할 수 있었습니다.

   환장할 정도로 아름답게 꽃을 피운 또 한 그루의 이팝나무에 대해서는 할 이야기가 정말 많으네요. 마을에서 만나 뵌 노시인의 옛 이야기가 그렇습니다. 많은 이야기 중에도 한국전쟁 직후 군대 생활을 하실 때에, 자작나무 껍데기를 벗겨서 연애 편지를 적어 보냈던 이야기는 두고두고 남을 듯합니다. 노시인 뿐 아니라, 제게 참 귀한 분도 만나뵈었습니다. 봄이면 제게 전화로 꽃 소식을 전해주시는 농부 어른이시죠. 오랜만에 뵈었는데 모든 일을 고스란히 기억하시면서 반겨 맞이해주신 어른을 뵈온 게 제게는 가슴 벅차게 기쁜 일이었습니다.

   그 많은 이야기 어찌 한두 번에 전해드릴 수 있겠습니다. 차분히 하나 둘 머리 속에 곱씹어서 [나무 편지]와 '신문 칼럼'을 통해 꼼꼼히 전해드리겠습니다.

- 사람이 있기에 더 아름다운 나무를 생각하며 5월 20일 아침에 … 솔숲(http://solsup.com)에서 고규홍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