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
패랭이꽃을 보다 / 나호열
나사를 푼다
몸을 허문다
그 많던 꿈들 다 어디로 갔나
띄엄띄엄 눈 속으로 들어와
기어코 삐거덕 소리를 내며 열리는 문
나사를 버린다
한 번 풀리고 나면
다시 조일 수 없는 그리움은
강을 건너고 산을 넘어서
길 끝나고도 한참
잊은 무덤가에 주저앉아서
무더기로 무더기로 피어나지도 못하고
멀리서도 화들짝 놀라는 빛깔도 버리고
엉거주춤 주저앉아서
오월의 햇살 앞에서도 얼굴 들지 못하니
내가 무릎 꿇어야 하겠구나
무릎꿇고 나도 얼굴 묻어야 하겠구나
넉넉한 사랑으로 가득한 가슴에 얹히면
카네이션이라고 하는데
그저 패랭이꽃이라고
박토에 떨어지는 흙먼지 울음 몇 점
입안에 맴도는
쓸쓸한 이름뿐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