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생각] 한 톨의 씨앗이 지어내는 우주의 신비를 그리며 | |
제주 곶자왈, 눈 속에서도 생명을 이어가는 푸르름. | |
[2011. 2. 28] | |
충북 보은 풍림정사 대문 앞 은행나무의 우람찬 줄기. | |
씨앗은 제가 대중 강연회와 같은 자리에서 나무의 신비로운 생태를 이야기할 때에 빼놓지 않는 대상입니다. 일테면 아무리 큰 나무라 해도 그 시작은 한 알의 작은 씨앗에서 시작된다는 걸 이야기하는 것이지요. 모든 생명의 신비겠지요. 이 책에서도 그런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놓습니다. 한 알의 씨앗은 바로 하나의 생명이 펼쳐나갈 하나의 우주라는 이야기를 할 수 있지 싶습니다. | |
풍림정사 은행나무의 근사한 풍경. | |
그때 은행 씨앗이 널부러진 풍경은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씨앗들의 풍경을 떠올리며, 답사 수첩의 사진을 찾아보았습니다. 그런데 아뿔싸! 분명히 땅바닥을 나동그는 씨앗의 풍경이 인상적이었다고 기억함에도 불구하고, 씨앗을 사진으로 남긴 건 한 장도 없네요. 잎진 은행나무의 전체 모습이나, 하늘 향해 솟아오른 가지와 줄기 표면 등의 사진은 2백 여 장이나 되면서도 인상적인 걸로 기억되는 씨앗의 풍경은 사진으로 남기지 않았네요. | |
어두운 곶자왈 숲으로 비쳐든 한 줌 햇살에 의지해 자라는 식물. | |
이 땅 위에 고이 내려앉은 씨앗은 지난 겨울 찬바람 오기 전에 제가끔 자신에게 맞춤한 방식으로 땅에 내려앉았을 겁니다. 그 중의 상당 수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겠지만, 몇몇은 분명히 지금 한창 불어오는 봄 기운 따라 땅 아래에서 또 하나의 생명을 틔워내느라 안간힘을 다 하고 있을 겁니다.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씨앗들은 마침내 사람보다 더 오래, 더 크고, 더 아름답게 살아가는 참 생명을 이루겠지요. | |
지난 해 봄, 순천 송광사의 봄을 노랗게 밝힌 요사채 담장의 산수유. | |
시와 나무, 그리고 씨앗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오는 행복한 밤길에 땅콩 한 알을 잘못 깨물다가 혀 안쪽의 깊숙한 곳을 물었습니다. 생각보다 상처가 깊었어요. 밤잠을 설칠 만큼 뻐근한 통증이 계속되네요. 한 알의 씨앗에 대한 깨우침을 오래 가지게 하려는 씨앗의 혹은 이 우주의 생생한 가르침으로 받아 들여야 하지 싶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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